▲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콘덴서에 먼지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밴드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캡처)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최근 ‘먼지 건조기’라는 논란이 제기된 LG전자의 의류건조기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이하 건조기)와 관련해 회사 측이 ‘10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정확한 원인 규명은 물론 리콜·환불까지 요구하며 이번 논란이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도 조사에 착수, LG전자 건조기 제품 설계 이상 여부와 과장 광고 등을 살필 계획이다.

26일 관련 업계와 네이버 밴드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이하 밴드) 등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최근 이번 LG전자 논란과 관련해 ‘집단 분쟁조정 절차’를 밟기로 최종 결정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1~18일까지 약 1400여건의 해당 민원이 접수됐다. 한 달도 채 안 돼 특정 제품에 10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된 것은 이례적이다.

소비자원은 소비자가 실제 사용한 LG 건조기 50개를 분해해 제품 내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내시경 카메라 등을 활용해 콘덴서 전면 이물질 잔류량과 악취, 곰팡이 발생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공정위 역시 과장 광고 등을 조사하기 위해 LG전자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현재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건조기 광고 영상과 공식 홈페이지에 있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설명문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콘덴서에 먼지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밴드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캡처)

이번 논란은 이달 초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LG전자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먼지를 씻어내지 못해 오히려 악취를 유발하고 건조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이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모여 밴드를 개설, 제품 결함 사진과 글 등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확산됐다. 현재 이 밴드에는 약 2만8000명이 가입돼 있다.

또 지난 8일 청와대국민청원에는 ‘소비자 우롱하는 **건조기 리콜 및 보상 요첩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26일 오후 2시 기준 3만529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1만명의 항의와 수백건의 증거도 묵살하고 제대로 되지도 않는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으로 먼지, 세균 및 악취를 유발하는 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도 계속 과대과장 광고로 전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건조기 리콜과 강력한 처벌 요청한다”고 밝혔다.

▲ 히트펌프 건조기 원리 개념도. (사진=LG전자 제공)

먼지 건조기 사태가 확산되자 LG전자는 지난 9일 공식입장을 내고 “고객들이 보다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한 10년 부상보증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원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고 10년 무상보증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LG전자는 제품 결함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회사는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밴드 관계자는 “밴드 가입자가 50명 정도 됐을 때 LG전자 측에 (문제해결) 요청을 했지만 무관심이나 신경도 안쓰고 있었다”며 “이후에 밴드 가입자가 늘어나자 LG전자에서 내놓은게 10년 무상보증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밴드에 따르면 밴드 대표자들은 지난 24일 LG전자를 방문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미팅을 가졌다. 밴드 측은 밴드 리더를 비롯한 스탭 3명, LG전자 측은 개발연구실장, CS팀장, 법무팀장, 소비자정책책임, 연구원 등 5명이 참석했다.

밴드가 제공한 미팅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시작된 미팅은 LG전자의 콘덴서 구조설명 이후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관계자는 콘덴서 먼지 및 악취 현상과 관련된 설명과 함께 이달 중 해결 대안 발표 등을 제시했다.

한편 ‘가전명가’라고 불리던 LG전자 역시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LG전자가 100만대 이상 판매된 제품을 리콜 또는 환불 조치를 결정할 경우 한 대 당 판매가를 100만원으로 잡아도 1조원 이상이 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리콜이나 환불 대신 설계 구조 개선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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