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 측, 피해자임을 재차 강조...82억원 깡통대출 의문은 그대로

▲ 무학의 대표 상품 '좋은데이' 소주.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저(低)도주의 역습'으로 불리며 연일 승승장구하던 경남 소주기업 무학이 한여름 때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좋은데이’로 잘 알려진 무학은 몇 해 전만 해도 과일 소주, 순한 소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없어서 못 마시는 소주’였다. 이에 전국구 소주를 노리며 몸집을 불리려 애썼지만 수도권 개척은 고사하고 경남권 선두마저 경쟁사에게 내준 꼴이 됐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작년엔 공장 시공을 맡긴 건설사에 빌려준 82억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 4년간 매출 약 1000억 원 감소… 경영 ‘휘청’?
무학의 매출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며 연일 승승장구했다. 2010년 1683억 원이었던 연 매출은 2011년 2025억 원, 2013년엔 2401억 원, 2015년엔 2958억 원까지 뛰었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운 실적을 올린 것이다. 무학은 당시 과일소주, 저(低)도주를 내세우며 젊은이들 사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가도 연일 상승했다.

하지만 성장세만큼이나 몰락도 가파랐다. 과일소주의 반짝 인기가 지나가고 무학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학의 2016년 영업이익은 519억 원이었으나 2017년에는 289억 원으로, 급기야 2018년부터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무학의 2018년 영업이익은 약 100억 원 적자다. 수도권 시장 개척 비용은 늘리고 있으면서 매출은 꾸준히 줄고 있어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학의 주가는 한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다 몇 년째 쉬지 않고 하락하고 있다. 무학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은 이제 기정사실화 된 셈이다. 이미 세간에서는 경쟁사들의 강세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무학 관계자는 “타 업체가 전국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지방 소주 업체들이 전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우리(무학)도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깡통담보’에 빌려준 82억… 주주들, “피해자다 말만 말고 책임지라”
영업이익 적자에 설상가상으로 무학은 한독건설에 빌려준 82억 원마저 모두 날릴 위기에 처해있어 시름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이 이른바 ‘깡통’이었기 때문이다.

사태는 무학이 지난해 한독건설에 충주공장 시공을 맡긴 것에서 시작됐다. 한독건설은 무학과 지난해 7월 충주공장 시공 계약을 맺었으나 공장 시공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무학에 지난해 7월 말부터 10월까지 6차례에 걸쳐 총 82억 원의 돈을 빌렸다. 하지만 한독건설은 지난해 11월 결국 부도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한독건설의 부도 이후부터다. 무학이 돈을 빌려주며 담보로 잡은 부동산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거래 시 담보 확보한 300여 개 부동산의 배당 선순위는 이미 타 금융사에 있었으며 무학은 배당 후순위였기 때문에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주들 사이에 최재호 무학 회장과 권재현 한독 대표가 평소 친분이 있어 돈을 빌려줄 때 담보가치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독건설은 무학의 울산공장 시공을 했던 거래처이며 한독건설의 권재현 대표와 최재호 무학 회장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에 주주들은 “회사가 돈을 빌려주면서 근저당 설정 순위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선순위 채권이 얼마인지 부동산 등기부등본만 열람해도 안다. 실무자와 건설사 간 유착관계가 의심 된다”며 손실을 안게 된 정확한 근거와 배경을 주주들에게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무학은 “한독건설이 어려운 줄 알았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채권단회의에서 채권단이 70%이상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무학은 연일 피해자임을 호소하고 있다. 금전대차는 이사회를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너의 개인적 인맥에 따라 돈이 오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무학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독건설이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바로 충주공장의 시공 계약을 취소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무학은 “충주공장의 시공이 중단되면 지방 하청업체에 막대한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였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무학의 영업실적이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운데 무학이 82억 원의 돈을 근저당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빌려줬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무학 관계자는 “회장님은 작년에 무보수로 일했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또 “하청업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충주공장 시공을 중간에 취소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무학 주주들은 떨어지는 주가와 깡통담보 사건에 분통을 터뜨리며 무학에 책임질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무학은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상황만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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