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30일 현대자동차 노사가 2019년 임단협 상견례를 가지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줄곧 ‘투쟁’을 외치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한 발짝 물러섰다. 지난달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결렬 선언 이후 “전쟁이 시작됐다”며 어김없이 파업 준비에 돌입했지만 다시 한 번 교섭재개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교섭재개 결정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와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국내 산업계 위기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 파업에 나선다면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오후 2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교섭 재개를 결정하고 14일부터 20일까지 집중교섭을 위한 성실교섭 기간으로 정했다. 교섭은 당장 14일부터 재개된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12일 하부영 지부장 명의로 긴급성명서를 내고 “주요 핵심요구에 대해 사측이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일괄 제시한다면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조속히 타결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현대차 노조는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악용해 노동자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는 휴가 전 파업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진행한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0.5%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또 지난 1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노사간 조정을 시도한 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이는 노조에게 합법적 파업권으로 작용한다.

현대차 노조가 모든 조건을 갖춰 올해도 파업에 나설 경우 ‘8년 연속 파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업계에서도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파업 등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측이 경영상황 악화 등의 이유로 노조 요구안 일부 항목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올 2분기 현대차 실적 개선에 따른 대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의 휴가기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내부 결속력을 다져 위기를 타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교섭재개 카드를 꺼낸 것 역시 불안정한 산업·경제 상황 심화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파업을 강행할 경우 국가적 위기를 뒤로한 채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큰 점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14일 교섭결렬 이후 26일 만에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17차 교섭을 갖는다. 다만 노조는 19일부터 모든 특근을 거부하고 20일 2차 회의에서 다시 파업 일정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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