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무성하게 급조된 행사로는 실상 덮을 순 없어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3일 새벽까지 벌어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공분을 더 키웠다. 난항을 겪어온 국회 청문회 대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담회를 열어 조 후보의 해명을 들어보겠다는 취지였는데 언론을 들러리로 삼은 토크 콘서트였다는 평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시간을 통보하고 시작된 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처음부터 의혹을 부인하는 말로 일관했고 기자들은 치밀하게 따져볼 준비시간이나 진행상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전격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수사는 어디로 가고 국회 청문회와 향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여권 지지층의 옹호와 야당 반발, 이를 지켜보는 학생과 국민의 분노는 또 무엇을 부를 것인지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조국 후보자 지명과 함께 고교재학 당시 딸의 논문작성 경위, 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장학금 수령 등이 비리와 특혜 의혹을 사고 가족 중심의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과 동생 소유 회사 간의 거래 등 후보자 일가의 재산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탈법과 불법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앞으로 검찰수사와 정치권, 언론의 추적 등으로 밝혀지겠지만 과거 조 후보자의 행적과 발언에 극명한 대조를 보인 비리와 반칙, 특혜 의혹만으로도 분노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를 나와 버클리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연구실장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서울대 교수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고학력 고소득에 좌파사상을 가진 이른바 강남좌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각종 강연과 저술을 통해 ‘반칙이 없는 사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외치며 진보좌파의 기치를 내걸었다. 민정수석으로 주요공직 인사의 검증을 주도했고 주요 이슈에 대한 이념적 소신을 SNS를 통해 거침 없이 밝혔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간 무역갈등이 불거지자 ‘죽창가’를 운운하며 친일-반일 구도를 선창했다. 수석비서관이라는 직책을 넘어 본인의 위상을 과시하는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하지만 야당과 보수 진영의 비판에 아랑곳없이 기득권을 타파하고 공정한 기회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늘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좌파는 인권과 평등 의식을 강조하는 도덕적 우월감과 진보성을 내세우지만 개인의 내면에 비춰보면 분식 조작된 이미지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다. 개인 자유와 가족의 의미, 사유재산의 가치를 중시하는 우파적 시각에서 보면 강남좌파의 기반은 대부분 허약하기 짝이 없다.

좌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가치와 효율성에 의문을 품고 정부가 나서 시장의 기능을 통제하고 분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과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어 재정으로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하고 국가가 개인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강남좌파는 본인은 재산과 소득이 많지만 스스로 좌파의 이념에 충실하겠다는 ‘멋쟁이 부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스스로 이미지를 좌파로 꾸민다 해도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고 누려본 사람이 눈앞에 보인는 부(富)의 흐름을 외면하고 개인의 삶을 희생하며 좌파 이념을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겉으로 좌파를 표방해 명성과 지지를 얻은 조 후보자도 재산을 늘리고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교육에 성공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돈이 돈을 번다는 사모펀드에 거금을 집어넣고 온갖 스펙을 동원해 딸을 원하는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키고 성적은 나빠도 장학금까지 타냈다. 편법을 동원하다 보면 이념 따위는 쉽게 잊어버리고 무리에 무리를 해서라도 개인 욕구를 채우고 싶어진다.

좌파가 재산 형성과 자녀교육에서 반칙에 맛을 들이면 평범한 사람은 저리 가라할 정도로 강한 집착을 보인다. 민주투사를 자처했던 일부 운동권 출신들이 연줄을 동원해 부정과 비리를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 열중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래서 극단적 폭력까지 추구하는 공산주의자들이 소위 ‘출신성분’이 불량한 유산계급 출신은 끝내 믿지 못하고 숙청한다 했던가.

민낯이 드러난 조 후보자를 돕겠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나서 기자들을 비난하고 조국 퇴진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폄훼하더니 이번에는 민주당이 나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란 큼직한 이슈가 걸린 공식 기자회견과는 달리 비교적 가벼운 안건을 놓고 주최 측과 기자들이 큰 부담 없이 논의해보자는 취지인데 과연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이 정도로 가볍게 다룰 사안인지 의심스럽다. 강남좌파 스타일의 말만 무성한 자리였다는 혹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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