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그래픽)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것은 제조업 뿐만이 아니다. 재화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시대를 맞았다.

제조업은 4차산업혁명의 발달로 위기를 맞고, 이는 유통과 은행, 증권사도 비켜갈 수 없는 시점이 됐다. 더 이상 물건을 만들어 팔아 이윤을 보는 시대는 끝났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 월정액을 구매하고,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귀찮고 번거로운 은행 업무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세계 제조업 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제조업 강국 독일이다. 2017년 12월 63.3까지 올랐던 독일의 제조업 PMI는 지난달 43.5로 수직 낙하했다. 미국(50.3), 일본(49.3) 등 다른 선진국은 물론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49.5)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였다.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독일 경제가 무역전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일례로 '독일의 기술은 세계제일'이라는 말이 우습게도 독일의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과 투자은행 JP모건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5월 49.8을 기록했다.

PMI는 기업의 구매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산출하는 지표다. 50을 넘기면 경기 확장,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글로벌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인데, 지난해 1월만 해도 54를 넘었던 지표가 17개월 만에 8% 넘게 하락했다.



▲ 물건을 구매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해주는 쿠팡. (홈페이지 캡처)


◆ 유통시장은 고객의 편리를 위해 변화중


4차산업혁명은 정보의 흐름인만큼 만들어진 물건을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주문할 수 있어 유통가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온라인 시장은 어떠한 상품이든, 간단하면서 몇 번의 클릭으로 상품을 구매해 배송까지 책임지고 있다. 번거롭게 차량이나 카트를 끌면서 물건을 담아 집에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에 최근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새로운 페이 시스템으로 인한 일정 금액 패이백도 쌓기 용이하고, 맴버십과 간편하고 빠른 배송으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40대 이상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유통가는 이러한 공세에 최근 몇 년간 곤역을 겪었으나, 이들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을 알기에 최근 전통의 유통업체들도 변화와 혁신을 시도 중이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지난 7월에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VCM, Value Creation Meeting) 회의에 참석하면서 "오프라인의 살 길은 체험혐 마케팅"이라고 했다.

즉 오프라인만 가질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 굳이 몸을 이끌고 와서라도 쇼핑을 하고 싶게끔 만든다는 전략이다. 쇼핑몰에 아이스링크장이 들어선 롯데몰 수지점에는 암벽 등반 등 레저·액티비티 공간과 330평 규모 모험·탐험형 키즈파크가 생겼다.

신셰계의 스타필드의 경우 최근 혼자사는 1인가구의 증가와 반려동물의 인식 변화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 매장에 '반려동물 동반 입장 가능’ 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옥상에는 반려견이 목줄 없이 산책할 수 있는 천연 잔디로 된 펫파크를 설치했다. 5인제 축구경기를 즐길 수 있는 풋살장도 있다.

또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비단 유통가에서만 찾을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과 증권에서도 그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다. 복잡한 수식과 계산, 어려운 경제용어 속에서도 쉽게 투자 방법과 흐름을 감정없이 읽어내는 AI의 접목이다.

▲ 우리은행에서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페퍼` (자료사진)


◆ AI 발달로 비대면 서비스 도입하는 금융업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7월 4일 한국을 방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조언했다. 손 회장은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승차공유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업체인 우버는 물론 중국과 인도, 동남아에서 각각 1위 업체인 디디추싱, 올라, 그랩 등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스마트폰에서 이뤄진 혁명이 앞으로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AI 기반의 모빌리티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우버에 100억달러를 투자했고, 동남아 지역에서 급성장한 그랩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AI가 발전해 증권에서 활용한다면 빅데이터를 이용해 주가의 주기성도 파악하고, 감정적인 투자를 방지하며, 복잡한 재무환경을 명확하게 설명해줄수 있어 말 그대로 혁신 그자체다. 사람처럼 실수를 할 경우의 수도 적고, 업무시간을 줄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KB증권은 2017년 말부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해 약 130여개 업무에 이를 적용함으로써 연 환산 업무시간 기준으로 약 3.5만 시간(지난달 말 기준)을 절감했다.

은행의 경우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해 간편함과 편리함이 극대화 되면서 지문인식과 홍채인식 등을 통해 보안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은행의 비대면 서비스를 점차 요구하게 되 AI의 발전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 혁명의 걸맞는 규제 완화와 IC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산업구조의 발전과 신산업 육성과 기존산업의 혁신, 산업생태계의 개편,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 창출 기반 지역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미국 팔로알토와 구글. 포클랜드와 나이키, 시애틀과 스타벅스, 프랑스 보르도와 와인 등 지역 고유문화와 정체성에 기반한 지역 산업 발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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