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의원이 불참석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충호 기자 | 6개월이 남지 않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인적 쇄신이 자유한국당보다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택하는 등 용퇴하거나 공천권을 쥔 쪽이 인위적으로 현역 의원들을 쳐내고 그 자리에 새 인물을 수혈하는 이른바 '현역 물갈이'다.

인적쇄신은 정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꺼내드는 필승 전략 중 하나였는데 최근 민주당에서는 통상 다선(多選) 중진 의원들이 용퇴하던 관행과 달리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장관 정국 때 당 지도부가 보인 리더십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앞서 비례대표 초선인 이철희 의원은 지난 15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또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정)은 지난 24일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에 책임을 지겠다"며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대학교 교수 출신이며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던 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로 있던 2015년 '인재 영입 1호'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4년 만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을 맡았던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법사위는 지옥 같았다"고도 했다.

또 조응천(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갑) 의원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조국 사태로 인해 많은 의원이 괴로워했고 지옥을 맛봤다"며 "현 정국을 너무 '핑크빛'으로만 본다"고 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총선 때 영입한 인물이다. 또 초선 비례대표 의원 중 김성수·제윤경·최운열 의원 등도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이 중진들 사이에서 용퇴론은 잦아든 분위기다. 중진 의원들 일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적극 방어에 나서는 등 '친문(親文)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물갈이 흐름이 기존 정치 관습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9월 5선의 원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오정)이 불출마를 고민 중이란 말이 흘러나왔지만 이후 실제 불출마 의사를 밝힌 중진 의원은 없는 상황이다.


또 조 전 장관을 강하게 방어하며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의원도 있다.

6선의 이석현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동안갑)은 지난 23일 지역구인 경기 안양시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마 의지는 물론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년 총선에) 당선되면 민주당 내 최다선 의원이 된다"며 "국회의장이 돼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개혁이 완수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고 했다. '물갈이'와 관련해서는 "마지막 도전으로 정상에 오른 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가 구속된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변호인단은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라. 특히 정 교수 건강문제에 구체적인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며 "우울하지만 지치지 말고 힘내자"라고 했다.

또 그는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 하루 전인 지난 13일 밤엔 "우리는 국민의 촛불만 믿고 조국과 함께 검찰 개혁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에 대해서는 '경선을 통한 공천'을 원칙으로 정했다. 직무수행 평가를 통해 전체 의원 '하위 20%'에게 감점을 주고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도 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리당원을 많이 확보하지 않으면 현역 의원이라고 해서 공천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와 다선 중진 의원들이 친문 성향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조국 전 장관 이슈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인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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