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편의점 매대에 빼빼로가 진열돼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이제는 마치 전통처럼 자리 잡은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다가왔다. 가족 간, 연인 간, 친구 간에 빼빼로를 전달하는 이 날은 국내에서 꽤나 깊숙이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 빼빼로데이가 맞은 국면은 조금 다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불면서다. 그렇다면 올해 국민들은 정말 빼빼로데이를 안 챙길까?
◇ 유통업계, ‘빼빼로데이’ 명칭 안 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빼빼로데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어 빼빼로데이의 행사명을 바꾸거나 소극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기업이 늘었다. 국내 빼빼로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 ‘롯데 빼빼로’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여기는 소비자가 많아 유통가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올해 ‘빼빼로데이’라는 행사명을 ‘하나더데이’로 변경하고 초콜릿 등 빼빼로의 대체 품목을 늘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상품 판매 중단이아니라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맞춰 빼빼로데이 상품을 포함한 하나더데이를 기획했다”며 “올해는 초콜릿 ‘페레로로셰’물량을 더 확보했다”고 밝혔다.

CU 역시 ‘빼빼로데이’가 아닌 ‘블랙위크’로 행사명을 변경했다. 또 빼빼로의 원조로 알려진 일본 회사의 ‘포키’와 ‘프린’은 행사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이마트24 역시 ‘빼빼로데이’ 대신 ‘스윗 데이’로 대체했다.

일본 기업이 아니냐며 ‘NO재팬’ 리스트에 들었던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에서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빼빼로데이 행사를 진행 중이다.


◇ 우리 국민, 빼빼로 정말 안 살까

빼빼로데이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 11월을 기대하게 만드는 행사 중 하나다. 연말과 더불어 매출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아무리 소극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도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장 A씨는 “불매운동 중이라고 하지만 사갈 사람은 다 사갔다”며 “(일본)맥주는 뺐는데 빼빼로는 매출이 하도 잘 나오니까 쉽게 매대에서 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빼빼로데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묻자 그는 “본사에서 빼빼로데이라는 이름을 안 쓰는게 무슨 소용이냐”며 “빼빼로데이인걸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잘만 팔린다”고 덧붙였다.

길거리서 만난 시민들도 비슷했다. 강북구에 사는 최모(26)씨는 “빼빼로는 초콜릿 같은 제품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빼빼로가 롯데의 상술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고 롯데 빼빼로가 아닌 다른 빼빼로를 찾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편의점 매대에 화려하게 포장된 빼빼로 꾸러미를 사서 나오던 김모(31)씨도 “불매운동 때문에 빼빼로를 사지 말아야겠단 생각도 안해봤다”며 “연인사이에서는 특히 빼놓기 어려운 기념일이라 다들 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빼빼로를 불매운동의 차원에서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물론 많다. 그러나 불매운동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대답도 적지 않게 나온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빼빼로 제품은 롯데제과의 롯데빼빼로, 일본의 포키, 프린 등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대체 상품이 마땅치 않아 맥주나 옷처럼 대체품을 찾아 소비하는 불매 방식이 어렵다는 의미다.

한편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가 생겨난 199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2년간 거둔 매출액이 약 1조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제과의 오리지널 빼빼로로 환산하면 약 28억 갑에 달하는 수치다. ‘NO 재팬’을 맞이한 올해 빼빼로데이에 정말 롯데제과가 매출 타격을 입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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