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6년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했던 말이다. 1993년 신약개발에 나선 이후 27년간 끊임없이 투자와 지원을 계속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이 결국 ‘국내 첫 독자개발 신약 승인’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혁신 신약 중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의 제약사가 됐다. 이번 신약은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마케팅·판매를 직접 맡아 내년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가 단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2008년 출시 문턱에서 FDA 승인이 좌절됐다. 하지만 SK는 연구개발(R&D) 조직을 더욱 강화하며 신약 개발에 힘을 쏟았다.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을 개발해온 SK 바이오·제약사업 부문을 2011년 SK바이오팜으로 분사시킨 것도 R&D를 더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분사 이후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8년 동안 R&D 비용으로 약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최 회장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최 회장은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 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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