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지난 29일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0.2% 내려 제시했다.

설비투자 감소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수출의 어려움, 브랙시트(Brexit)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증폭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둔화 국면이 이어지느냐"는 질문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국내 경기흐름에 대해서는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소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큰 흐름상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IT업황 또한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데는 '3저 현상'을 뽑는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저투자', 소비 심리가 악화된 '저소비'와 '저금리' 현상이다.

▲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증가했다. (자료 통계청, 뉴시스 그래픽)

특히 지난 9월 통계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경제 침체)이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0%대 저(低)물가 현상이 역대 최장기간 지속된 데다 '근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우리 경제는 이미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접어든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p) 상승했다. 이 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째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지난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을 물가안정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우선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은 디플레이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9월 물가 하락에는 '일시적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했고,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0%대를 지속하다가 지난 8월 0.0%를 기록하고 9월에는 마이너스(-) 0.4%까지 떨어졌다. 11월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가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0%대는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KDI는 비록 경기 침체를 동반한 디플레이션이 아니지만 최근의 저물가 역시 고착화할 경우 디플레이션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란 언뜻 보면 낮을수록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력'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곧 물가가 오르고 내리는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없어 가격이 낮아지고, 이런 흐름으로 물가가 떨어진다면 생산 위축을 유발해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 과장은 2일 "예측이 쉽진 않지만, 다음달 국제유가의 상승 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물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면서 연말엔 0% 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대부분 저물가 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변동성이 강하고 대륙과 열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국가인 한국은 그 수치가 더욱 들어난다.


주요국들의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올해 7월 기준 미국 1.8%, 일본 0.5%, 영국 2.1%, 독일 1.1%, 프랑스 1.3%의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반등보다 0%대 물가가 장기화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양산하는 등 소득주도성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지는 못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요인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기저효과 등 특이요인이 완화하면서 연말에는 0% 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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