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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올해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둔 재계는 감축과 세대교체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인사이동과 관련해 강력한 폭풍을 뜻하는 ‘스톰(STORM)’이 키워드로 뽑혔다. 그만큼 강력하고 예상치 못한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임원을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전체 임원 65명 중 13명에게 퇴사를 통보해 임원 20%를 감원했다. 임원 수가 2016년 124명에서, 3년 만에 절반 아래인 52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또 지난 10월 LG디스플레이는 LCD 관련 조직을 축소하면서 전체 임원의 약 25%를 감축하기도 했다.


임원 감축뿐만 아니라 세대교체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감축과 세대교체가 동시에 이뤄지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예로 2008년 리먼 사태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현대차는 임원을 10% 줄이는 긴축 경영에 들어갔으나 다음해 실적이 회복되자 임원 승진을 대폭 늘렸고, 젊은 임원들을 많이 뽑아 세대교체를 진행한 바 있다.


기업입장에서 상황이 어려워지면 투자와 지출을 줄였다가, 개선되면 다시 늘리는 방식이 경영의 정석으로 풀이되는데, 지금은 임원을 줄여야 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세대교체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외환위기나 리먼사태처럼 악재가 사라지면 경기가 회복되지만 지금 불황은 경제, 산업 구조의 변화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다리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과거 세대교체는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4차 산업 혁명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뜻인데, 유통업만 해도 새로운 기술을 만나 계속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쿠팡, 위메프, 티몬 등 국내 기업들이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 출시 경쟁을 벌이는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결국 보수적인 유통업체들도 생존을 위한 세대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벌 3~4세 젊은 총수들의 등장도 임원 세대교체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40-50대 총수들은 지난해까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지만, 올해부터는 저마다의 색깔내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40대 초반의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순혈주의 전통을 깨고 외부 인재 영입을 늘리고, 신사업 투자도 확대했다. 이렇게 달라진 총수의 경영철학이 세대교체를 앞당기고 있고 올해 인사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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