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왼쪽)과 안국약품 사옥(오른쪽).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중견 제약업체 안국약품을 이끌고 있는 어진 부회장이 갖가지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십억대 리베이트 혐의와 불법 임상실험 혐의로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어진 부회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함께 기소된 회사 관계자들은 일부 혐의에 대해 인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국약품 창업주 어준선 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은 2세 경영인 시험대에 올랐지만 초라한 실적부터 온갖 불법 의혹까지 앞날에 먹구름만 가득한 상황이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뇌물공여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진 부회장과 정모 전 안국약품 영업본부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앞서 지난 7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본수는 어진 부회장과 전 안국약품 영업본부장 정모씨, 현 안국약품 영업본부장 김모씨 등 임원 3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의사 85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주고 받은 리베이트 금액은 89억 원에 달한다.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받는 어진 부회장은 첫 공판부터 제기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어진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어진 부회장은 공모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리베이트 금액이 정확히 특정되지 않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어진 부회장과 임원들이 공모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공모액수 합과 공소사실상 어진 부회장의 리베이트 금액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차 공판에서도 혐의 부인은 이어졌다 변호인은 “정 전 영업본부장 단독으로 리베이트를 진행한 일”이라며 “의사들과의 공모관계 역시 다툴 여지가 있다. 어진 부회장은 위법행위를 인식·용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전 영업본부장의 변호인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앞서 1차 공판에서도 어진 부회장과의 공모, 의사들에게 금품 제공 등 리베이트 관련 공소사실을 완전 부인하진 않았다.

리베이트는 제약사들의 ‘관행’처럼 이어져 온 문화다. 최근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제약사들이 늘고 있지만 안국약품의 이번 불법 리베이트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회사 이미지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

특히 어진 부회장은 불법 리베이트와 별개로 ‘불법 임상실험’ 재판도 받는 상황이다. 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승인 임상실험을 했다는 혐의다. 여기에 어진 부회장은 최근 재판 중 중요 참고인을 회유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어진 부회장과 전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신약연구실장, 전 임상시험 업체 영업상무의 약사법 위반과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심시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없이 중앙연구소 재직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인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한 뒤 채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듬해 6월에는 직원 12명에게 역시 개발 중인 응고제 약품을 투약해 임상실험한 혐의도 있다.

또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검증에 필요한 비임상시험 결과를 얻지 못하자 데이터를 조작한 뒤 이를 식약처에 제출해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신약연구실장, 전 임상시험 업체 영업상무는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어진 부회장은 역시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어진 부회장은 범행에 고의가 없었고 알지도 못하며 실행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인정한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은 부정확한 부분이 많다. 검찰의 공소사실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검찰은 어진 부회장의 ‘참고인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피고인들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 모두 어진 부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며 “어진 부회장과 임원들은 피고인을 불러 거짓 진술을 해달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앙연구소 직원 20~30명 모두 불법 임상시험에 관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들이 비밀을 유지하면서 어진 부회장을 속였다는 건가”라며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꼬리 짜르기식 변명일 뿐”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어진 부회장의 불법 리베이트, 불법 임상실험 혐의 관련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회사 관계자와 접촉이 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16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어진 부회장은 현재 지분율 22.68%로 안국약품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사실상 안국약품을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갖가지 불법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어진 부회장이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을 시작한 첫 해에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매출액을 기록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또 불법 임상실험 혐의로 구속된 당시 회사 주가 역시 추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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