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와 KIA의 경기에서 한화가 정근우의 짜릿한 끝내기 2루타에 힘입어 승리했다. 정근우는 5:5로 팽팽한 경기 중이던 10회 말 2사 2루에서 극적인 2루타를 터트리며 대전구장을 열광에 빠트렸다. 정근우는 현재 시즌 575타수 178안타 18홈런 60볼넷 88타점 12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겉보기엔 평범하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야구 기사 중 일부입니다. 섬세한 묘사와 표현력이 드러나고 매끄러운 문장력을 보여주며 쉽게 흠 잡을 곳이 없어 보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은 ‘야알봇’인데요. 사람이 아니라 로봇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약 3년 전부터 이미 로봇이 저정도 기사를 작성해 왔다는 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에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인데요.
 
하지만 마음 한편에 걱정이 생깁니다. 사람의 일을 로봇이 대체한다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항상 제기돼 왔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인 언론도 예외는 아닌 거 같아 고민이 깊어집니다. 로봇 저널리즘은 기자에게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로봇기자 ‘야알봇’을 개발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를 만나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 우리가 몰랐던 사이 수년 전부터 활약한 ‘로봇 기자’
 
지난 17일 서울대학교에서 <투데이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진 이 교수는 국내 유일의 로봇 저널리즘 전문가다. 지난 2015년 HCI+D(Human Computer Ineraction+Design) 랩의 이 교수팀이 기사 알고리즘 로봇을 개발, 이후 프로야구 뉴스 로봇 ‘야알봇’을 선보였다.
 
로봇 저널리즘이 로봇이 직접 타자를 두드려가며 기사를 작성하는 건 아니다. 기사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리 수집해 놓고, 이를 분석하며 원하는 핵심 내용을 발췌해 기사 본문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수집해 기사에 포함할 주요 이벤트를 자동으로 검출한 후, 이벤트의 분위기를 파악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분야”라며 “주로 ‘정량적’으로 분석 가능한 데이터에 한정돼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주로 활약하는 분야는 △스포츠 △증시 △선거 △재난 등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니즈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 생성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제19대 대선 당시 SBS가 보도한 투·개표 기사 중에는 로봇 기자가 작성한 카드뉴스가 포함돼 있었다. 또 페이스북에서 프로야구 기사를 제공하는 ‘야알봇’도 로봇 기자의 작품이다.
 
 
▲ KBO 야구기사 생성 과정. (사진=이준환 교수 제공)

◆ 언론에서도 ‘로봇 기자’ 도입...이 교수 “기자와 상생할 것”
 
 
이 교수는 “이미 로봇 기자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한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로봇 기자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로봇 기자가 다양한 분야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로봇 저널리즘에 대한 기자들의 궁금점은 단순하다. 기사 작성과 유통 과정에 인공지능의 개입이 심해지는 상황에 과연 앞으로 로봇 기자와 상생할지, 아니면 경쟁할지에 대한 점이다.
 
이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한 질문에 “기자와 인공지능은 상생하는 모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라는 직업을 대체하기 보다는 초안 작성 등을 통해 기자의 작업을 도와주거나 개인화된 기사의 작성 등 사람의 역할이 아닌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는 대부분 로봇 저널리즘이라고 하면 단순히 텍스트 기사를 생성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연구 환경에서는 작성한 텍스트 기반으로 관련된 이미지를 찾아준다거나 기사를 쓸 때 데이터 분석 결과를 자동으로 삽입해 주는 등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며 “따라서 로봇 저널리즘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사를 생성’하는 연구라기 보다는 ‘기자의 다양한 활동을 도와주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고 스토리라인을 잡는 등의 연구는 기술적인 한계가 크기 때문에 사람 기자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며 “따라서 언론사 입장에서도 부정적 역할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로봇 기자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통찰력’을 꼽았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만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로봇 기자가 인간의 통찰력이나 숙고를 가질 순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지역에서 성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로봇이 쓸 순 있지만, 깊이 들어가 ‘A 지역의 성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이라는 기사는 인간의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할 수 없다.
 
이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이 기존 언론사에서 하는 영역을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다”며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순수한 저널리즘 관점에서 보면 절대 대체하지 못한다. 로봇 저널리즘은 뭔가 가치를 가지고 만들었다기 보다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목적에서만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 저널리즘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 이 교수는 “로봇 기자의 경우 순식간에 다량의 정보를 생성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더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특정인 또는 언론사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어뷰징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서비스 개발’에 대한 고민해야
 
 
이 교수는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미디어의 급변하는 환경 속 언론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콘텐츠 생산에서 서비스 제공의 측면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본다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주로 소비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그러한 서비스가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서비스의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IT 회사들이 이 분야에 강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들의 속성이 서비스 개발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을 수용자가 아닌 ‘사용자’로 바라보고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어떠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짜뉴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그림자”라며 “결국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노력을 언론, 사용자 모두 기울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1차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현재 이러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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