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범죄 혐의는 소명...피의자 주거 일정과 증거인멸 염려 없어 기각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투데이코리아=김충호 기자 |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법원의 전문을 확인하지 않고 검찰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해 왔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검찰은 직권남용이란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한 바 있는데 향후 그 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명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 사유를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법치주의 후퇴', '피의자의 직권 남용' 등 단정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사유에는) 동시에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부분도 있다"며 "어디까지가 (직권 남용) 범위인지는 법원에서 명확히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사건에도 조 전 장관이 연루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어떤 사건이든 수사는 수사 결과대로 말해져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고 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넉 달 된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의 보도가 끊임없이 쏟아졌다"며 "거기에 대해서 늘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내용이 쏟아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보준칙에도 인권 수사를 위해서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 그렇게 밖으로 알려지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사안에 됐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국 수사에 맡겨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는 양태들은 지양돼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청와대 측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 전문(全文)을 확인하지 않은 채 취재진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기자가 “법원이 기각 사유에 조 전 장관의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을 쓴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동시에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부분도 있다. 어디까지가 직권의 범위인지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명확하게 판결이 내려지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법원이 이미 기각 사유에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감찰을 중단한 결과라고 직권남용을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법원의 기각 사유 전문에는 들어있지만, 언론에 배포한 요약본 기각 사유에는 들어있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디에 그런 부분이 있나”라고 되물었고, “우리가 공식적으로 받아본 내용에는 그런 구체적인 것은 언급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영장기각 사유 전문은 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는 법원이 기각 사유를 전문과 다르게 언론에 배포한 점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법원은 검찰에 제공한 기각 사유 전문에는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라고 썼다. 하지만 언론에 배포한 사유에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요약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두 문장의 뉘앙스가 다른데 법원이 해석을 담아 언론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 전문이다.


[전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


-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함
- 이 사건 범죄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경위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기는하나,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추어보면,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의 진술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의 비위내용, 유○○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는 이루어졌고, 피의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구속하여야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해보면,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음

-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2019. 12. 26. 판사 권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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