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산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꼽혔던 법안인 ‘데이터 3법’과 ‘타다 금지법’의 운명이 엇갈렸다.
IT·금융업계의 숙원인 데이터 3법은 법안 발의 14개월 만에 국회 본의를 통과해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앞날이 밝아졌다. 정부와 산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타다 금지법은 본회의조차 오르지 못하며 법안 통과가 기약 없이 연기됐다. 표면적으로는 타다는 이번 법 통과 불발로 한숨 돌린 모양새지만 여전히 사업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가 여야 갈등으로 미뤄진 민생법안을 임시국회 때까지라도 처리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검찰의 기소로 위법 여부에 대한 재판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 데이터 고속도로 뚫린다...정부·업계에서는 ‘대환영’

10일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저녁 열린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을 최종 처리했다. 지난 2018년 11월 법안 발의 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의 개정안이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걸림돌에 부딪혔던 데이터 활용을 기업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소해주는 게 이 법안의 큰 골자다.

데이터 3법이 약 1년 2개월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던 것은 법안에 허점이 있어서가 아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비(非)쟁점법안이었지만, 여야의 극한 충돌 등 정국 경색으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지난 6일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 걸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철회하고, 본회의서 우선 처리가 시급한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데이터 3법도 ‘막차’에 올라탔다.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자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린다. 이에 산업계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족쇄를 풀어달라고 호소해 왔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데이터 3법에 대해 산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그간 규제에 부딪혀 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 계기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자료를 통해 “데이터 3법 통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만듦과 동시에 대한민국 핀테크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역시 데이터 3법 통과와 동시에 데이터 개방·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데이터 간 융합과 주요 분야 데이터 활용 촉진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산업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데이터 거래 촉진을 위해 가이드라인과 표준계약서 등을 개발·제공하고 데이터 바우처, 데이터 플래그십 등 데이터 활용 지원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또 금융·의료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와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 분야의 데이터 활용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이를 위해 관련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TF(테스크포스)’를 출범하고 2월 중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른 다양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최대한 반영해 기업·기관 등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데이터 경제로의 이행이 본격화 되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타다. (사진=뉴시스 제공)

◇ 이번 국회서 타다 금지법 처리 전망 엇갈려...재판까지 이중고 겪는 타다

데이터 3법과 함께 주요 민생법안으로 꼽혔던 타다 금지법은 이번에도 처리가 무산됐다. 이 법은 전날 열린 본회의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을 우선 빠르게 처리하자는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작용했다. 타다 금지법은 업계의 반발이 심하고 일각에서 좀 더 면밀한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타다 금지법은 지난해 11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타다가 사업 근거로 주장하는 시행령 18조를 정식 법조항으로 상향하고 11인승 승합차 대여 시 기사 알선 범위를 관광목적으로,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플랫폼운송사업자가 운송업을 할 경우 일정한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 도심 등에서 승객을 태워 목적지로 이동하는 ‘타다 베이직’의 경우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 이 법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타다 금지법은 발의 때부터 정부와 택시업계, 타다 등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갈등을 야기했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타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사업을 이어가라’는 입장인 반면 타다를 비롯한 모빌리티 업계는 ‘이 법은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상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앞날을 결정지을 수 있는 타다 금지법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국회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법사위를 다시 연 뒤 임시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타다가 안도하긴 이르다는 예상이다.

반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으로 여야가 다시 충돌해 국회가 멈출 가능도 있고, 당장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 표심을 의식한 의원들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뒤섞여 있는 타다 금지법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타다의 경우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재판까지 받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검찰은 타다가 운송면허를 소유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유사택시’라고 판단,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타다 재판은 2차 공판까지 진행됐으며 재판부는 오는 29일 양측의 최후변론을 들은 뒤, 이르면 다음 달 중 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 금지법 통과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타다와 택시업계의 대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타다의 대한 양측의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재웅 대표는 2차 공판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택시 시장으로 들어가 개인택시·법인택시와 경쟁할 생각은 없다”며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택시와 나누며 상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는 이재웅 대표의 2차 공판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타다 측이 거짓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경영진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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