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전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감염자가 하루하루 늘면서 국민들이 집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유통업계에서 눈에 띄게 드러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업계,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줄을 길게 늘어서던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빈자리가 많아졌고, 백화점 직원들은 걱정하는 손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일하기 시작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 배달음식 주문 등의 건수는 크게 늘었다. 우한폐렴이 호흡기 비말(침·분비물)로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대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환자가 12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 “마스크 써도 불안해”... 오프라인 유통업계 ‘직격탄’

 

 

우선 오프라인 쇼핑업계는 큰 매장이 텅텅 비었다. 최근 온라인 쇼핑의 강세에 안 그래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우한폐렴 확산으로 그야말로 초비상사태를 맞이한 셈이다.

 

 

2일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등에서는 예년에 비해 고객수가 10~20% 감소했다. 우한폐렴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태가 장기화됐을 경우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우한폐렴 발생 후) 방문객 수가 줄지 않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고객들의 걱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곳곳에 손세정제를 구비하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람이 많은 장소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방문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며 “설 연휴가 지나고 방문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가 있는데, 우한폐렴 확산으로 인해 올해에는 줄어들 것으로 (백화점 차원에서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8번, 12번, 14번 확진환자가 대형마트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시 휴업을 강행하는 마트도 생겨나고 있다. 8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이마트 전북 군산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중국인 부부인 12번·14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이마트 부천점도 2일 “점포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타격을 입고 있는 오프라인 업계는 비단 쇼핑업계만이 아니다. 우한폐렴이 호흡기 비말(침·분비물)로 감염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야하는 외식 자체를 국민들이 꺼리고 있는 것.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적다보니 음식점을 찾는 고객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명동·강남·홍대·영등포 등의 번화가에도 평소 주말보다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영등포의 한 음식점 점주는 “주말이면 항상 줄을 길게 늘어서는 것이 보통이었고, 점심·저녁 시간대에는 예약을 하고 오지 않은 손님은 적어도 한 시간씩 기다렸다. 그런데 (우한폐렴 확산 이후) 줄 서는 손님은 물론 예약손님들도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며 “길거리에 사람도 적어졌다. 이 근처에 있는 모든 식당들이 다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 식당에서 받은 고객은 고작 다섯 테이블이 전부다. 평소에는 점심시간에 줄을 길게 늘어선 탓에 식당에 바로 들어가기도 힘든 곳이다.

 

 

 

 

▲ (사진=편은지기자)


◇ “집이 가장 안전” 끼니는 배달, 생활용품은 온라인으로

 

 

국내에서 나온 2차감염자들이 잠복기간에 영화관·백화점·식당 등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집에서 장을 보고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늘어 온라인 쇼핑·배달업계는 그 어떤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일 '로켓프레시'의 새벽 배송이 2일까지 최대 2시간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우한폐렴 예방 차원에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심리가 확산되자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 지난 28일 쿠팡의 로켓배송 출고량은 33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일일 출고량이 170만 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20일부터 28일까지 매출이 42% 증가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지난 22~28일 사이 매출이 최대 74%나 증가했다. 지마켓에서는 설 연휴가 끝난 28일 하루 동안 즉섭밥 판매량이 전주 대비 129%, 생수는 143%, 라면은 92% 늘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은 단연 위생용품이었다. 11번가에 따르면 우한 폐렴이 확산하던 19~27일 마스크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613%, 손 소독제는 98%가 늘었고, 지마켓에서도 21~27일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 대비 4380%, 손 소독제 판매량은 1673% 증가했다. 위메프도 24~27일 KF94 마스크와 손 세정제 판매율이 전주 대비 각각 213%, 837%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배달업계서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주문 건수가 떨어지는 게 배달업계의 일반적인 패턴인데, 올해는 오히려 설 연휴가 지나고 주문 건수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배달음식 주문은 일반적으로 연휴가 끝나고 평일이 되면 주문수가 전 주 같은 요일에 비해 6~15%가량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며 “그런데 올해는 연휴 직후 평일 주문 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이와 같은 상황이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발생 당시에도 오프라인 업계가 크게 손실을 입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반적으로 외부활동이 꺼려지는 상황일 때 반등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커머스, 배달 주문, 간편식 등이다. 외부활동이 적어지기 때문에 집에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 것이고, 온라인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바빠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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