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성 논설주간

윤석열 현상이 화제다. 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 앤 리서치’가 조사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윤 총장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제치고 2위(이낙연 32.2%, 윤석열 10.8% 황교안 10.1%)에 오른 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여론조사 보도가 나간 후 윤 총장은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사를 향해 “앞으로 나를 대통령후보군에서 제외해 달라”고 했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에 관해 정치적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국가의 형사법집행을 하는 사람을 후보군에 넣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기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다.


당분간 윤석열 현상은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입빠른 진중권 교수 말고도 “그가 선언하면 1위일 것”이라고 불을 지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윤석열 현상은 윤석열을 난처하게 만든다. 그의 수사지휘가 정치로 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입장을 발표했을 것이다.


윤석열 현상은 윤석열 총장이 스스로 만들었다. 복기해 보자. 지난해 8월 27일, 검찰은 조국 일가에 대해 24곳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어서 검찰은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인 9월 6일 후보자 부인 정경심 교수를 소환조사도 한 번 없이 기소, 세상을 놀라게 했다.
누구든 언제든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과연 시의적절 했는가? 더구나 정경심 교수 기소는 범행일시, 장소, 방법 등 사실관계가 전부 엉터리인 것이 검찰의 추가기소로 자명해졌다.


당시 검찰은 서둘러 기소한 이유를 “공소시한이 만료(7년)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검찰이 적시한 2012년 9월 7일 범행날짜가 공소시한 종료 시점인 ‘2019년 9월 6일’에 맞춰 역산해서 잡은 것이라는 의심을 낳는다. 기소 몇 시간 전, 청문회 야당위원들이 조국 후보자에게 우격다짐하듯 ‘부인 기소 시 사퇴용의’를 물은 것도 석연찮은 여운을 남겼다.

이렇게 시작한 조국일가 수사는 서울지검 특수 1·2·3·4부, 형사부, 강력부, 서울 남부지검, 부산지검, 대전지검 등에서 차출한 검사 20명, 수사관 50명을 동원, 조국장관 자택을 포함, 9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4개월 넘게 정국을 흔들었다. 2만 7천여 기사로 조국 가족을 만신창이를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조국 전 장관 12개, 부인 정경심 교수 14개 혐의 기소다. 하지만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보면 뇌물수수(장학금) 표창장 위조, 인턴 증명서 허위발급, 조지 워싱턴 대 업무방해(입시비리) 등 찌질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어서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4개 월 여,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할 만한 사안이었는가에 다수 국민은 고개를 흔든다.

수사 초기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대드는 것 같은 윤석열 총장의 존재감은 한없이 커보였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그의 말도 한 몫 했다. 사람들은 뭔가 큰 건이 있나보다 여겼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끝내 경천동지 할 만 한 건은 나오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대 주식사기 사건이라도 되는 양 검찰 발 ‘단독’으로 도배를 했던 사모펀드 건도 ‘허위 컨설팅 계약으로 19회에 걸쳐 1억5795만 원의 부당이득 횡령’이 핵심이다. 이마져 ‘대여 이자’라는 정교수 측 주장과 다툼의 여지가 있다.

민심의 한 축이 움직였다. 검찰의 의도를 조국 낙마, 검찰개혁 저지를 위한 정권 흔들기로 단정하고 촛불을 들었다. 조국 자택 압수수색이 분기점이었다. 검찰이 조민씨(28)의 중학교 때 폴더폰과 다이어리를 압수하고 중 2때 일기장까지 가져가려다 한 사실, 자장면까지 시켜다먹으면서 8시간을 수색했다는 소식이 분노를 촉발했다.


윤석열 검찰의 ‘마이웨이’는 계속됐다. 별건수사로 청와대와 총리실을 압수수색까지 했다. 인턴증명서 허위발급혐의로 청와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했다. 총장의 지시로 관할지검장을 건너뛰었다. 이어서 청와대 및 경찰관련자 13명을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무더기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오기로 비친다. ‘준법항명’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물론 야당은 쾌재를 부르고 광장 한 축에서는 환호한다. 그래서 윤석열의 검찰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검찰’에서 탈피하라고 수사권을 보장해 주니 ‘검찰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검찰은 칼집을 버린 검객이다. 그래서 퇴로가 없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성현의 말씀이 있다. <사람들이 모두 내가 지혜롭다고 하지만 (자기를)몰아서 그물과 덫과 함정에 빠지면서도 피할 줄 모른다.-중용(中庸)> 자신의 힘을 믿고 스스로 판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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