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60명을 넘어서고 확진자가 8000명으로 다가서고 있다. 감염자 증가 추세가 다소 꺾이고는 있다하나 결코 방심하기 어려운 단계다.

국가적인 위기는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바이러스를 다 잡은 것처럼 자랑하려 들고, 야당은 정부 공격하기에 주력한다. 일부 언론 또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기보다 불안감을 부추기는 보도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면 정쟁(政爭)을 멈추고 합심해서 대응하는 것이 옳을 터인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에 떠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네 탓 타령 뿐이다. 우리는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극복한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원인이 뭘까. 방역이나 치료 등 정부는 대체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어설프기 짝이 없는 마스크 대책, 정부 여당 당국자들의 감각 없는 실언(失言), 곳곳에서 드러나는 뒷북 대응 등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원인이라고 본다.

여기에 편승한 야당의 공세가 심해지고, 반(反정)부 성향의 언론이 가세해서 위기극복보다 국론의 분열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문재인정부가 야당과의 협치(協治)에 소홀했고, 반대세력을 껴안는데 실패한 업보(業報)가 아닌가 한다.

정쟁(政爭) 멈추고 위기극복에 힘 모아야

지난 10일 문재인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마스크를 쓰는데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메시지였으리라. 사실 시도 때도 없이 정부 당국자들은 마스크를 꼭 착용하자고 강조해온 게 엊그제까지다.

느닷없이 마스크 안써도 된다니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가 전달된 바로 그날 지하철역에서는 여전히 국민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안내방송이 계속된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부 말을 믿고 따르기가 어렵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빚어진 이후 사실 정부가 잘 대처한 일도 많다. 철저한 검사는 물론이고 정보의 신속한 공개를 통해 대응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대국민 협조 요청에 기여한 바가 크다. 이 점은 국제사회에서도 일정 부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어설픈 마스크 대책과 정부 여당 당국자들의 망언(妄言)에 가까운 말 실수로 스스로 공을 다 까먹는 우를 범했다.

이 위기 국면에서 가장 빛을 발휘한 것은 ‘아름다운 시민정신’이다. 사투(死鬪)에 버금가는 방역 현장에서 불철주야 일하는 의료진들이 아니라면 우리는 누굴 믿겠는가. 생업을 뒷전으로 하고 대구로 달려가 봉사하는 의사 간호사들의 직업정신은 온 국민을 감동케 한다.

고생하는 의료진의 숙소로 호텔을 통째로 제공한 사장님, 수백 개 씩의 도시락을 만들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아줌마들,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인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깎아준 착한 건물주, 부족한 의료장비며 필요한 물품 구입하라고 전국에서 답지하는 성금... 이러한 아름다운 시민들이 있어 우리는 곧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것이다.

위기극복의 공은 ‘아름다운 시민정신’에 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어쨌든 이 위기는 극복될 것이다. 훗날 이 사태를 분석한 백서(白書)가 작성될 것이다. 잘 대처한 일, 잘못 대처한 일, 부족했던 일 등이 낱낱이 정리될 것이다.

정부가 잘했다면 잘했다고 정리하고, 미숙했던 부분은 또 그대로 적시해 향후 대응에 참고하면 될 일이다. 수십 명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 사태를 놓고 정부가 ‘셀프 공치사’를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정부가 잘했다 하더라도 그건 정부의 의무 사항이다. 자랑할 것이 못된다. 잘했다면 국민이 평가할 일이지 정부 스스로 내세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의 국력으로 축적해온 의료진, 의료 시설 등 인적 물적 인프라로 인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위기극복의 공은 국민 몫이다.

위기가 끝나지도 않은 지금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말한 사람은 보건복지부장관이다.

현재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도권에서 환자가 자꾸 나오는 판에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할 담당 장관의 이같은 섣부른 공치사는 국민들을 화나게 할 뿐이다. 야당이건 반정부 세력이건 위기에는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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