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확진자 12만 명 이르는데 이제야 대처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정훈 기자 |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2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대응 시기를 한참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 19가 놀라운 수준으로 확산되어 심각성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펜데믹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WHO는 감염병 위험 수준에 따라 1~6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하는데, 6단계가 바로 펜데믹으로 불리는 전염병 위험 최고단계다. 하지만 전 세계 110여 개국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가 4300여 명에 달하는 상황까지 와서 펜데믹을 선언을 한 것에 대해 “WHO가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는 시각도 나왔다.

앞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건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1만4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인플루엔자(H1N1) 이후 11년 만으로 이번이 세 번째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최근 2주새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3배 늘어났고 현재 114개국에 11만8000여 건이 접수돼 4291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앞으로 확진자와 사망자 및 피해국의 수는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코로나 19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1만8000여 건의 확진 사례 중 90% 이상은 4개국에서 발생했다”며 “중국과 한국에서는 코로나 19가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격적인 조처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코로나 19에 대해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고 밝히면서 한국 등 일부 국가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WHO가 펜데믹을 선포했다고 한들 권고사항 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펜데믹은 용어적인(colloquial) 의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WHO의 국제보건 규정은 국제법상 조약으로 190여 개 회원국에 국내법(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더라도 처벌·강제 규정이 없어 현실적으로는 각국 정부가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WHO가 펜데믹 선언을 주저하는 사이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에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더욱 피하기 어렵다. WHO는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첫 코로나 19 발병이 보고된 이후 2달여 만에 확진자 수가 110여 개국에서 12만 명을 넘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후 지난 1월 30일 코로나 19가 전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펜데믹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펜데믹 선언을 늦췄던 이유에 대해 “펜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코 쓰는 단어가 아니다”라며 “펜데믹을 잘못 사용하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거나 코로나 19와의 싸움이 끝났다는 정당하지 못한 인정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모든 국가는 보건, 경제·사회 혼란 최소화, 인권 존중 가운데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우리는 코로나 19 펜데믹의 사회적·경제적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많은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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