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제 아무리 선진국,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게 있다. 의료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지라도 조심하는 것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바로 ‘전염병’이란 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크게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인류 역사에 창궐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역대 큼직한 전염병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흑사병(페스트)

들쥐가 갖고 있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인 흑사병(페스트)은 몸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흑사병은 14세기 중반 유럽에 전파돼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흑사병은 체액이나 분뇨에 의해 전염됐는데, 흑사병에 걸리면 초기에는 두통,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을 보이다 병이 진행되면 전신에 파종성 응고와 검은색의 피부 괴사 등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졌다. 종류는 크게 가래톳 흑사병, 패혈증성 흑사병, 패혈성 흑사병으로 나뉘며 전염성은 매우 강한 편이다.

흑사병은 현대에 들어서는 발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난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도 흑사병이 돌아 한달여 만에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흑사병이 발병해 60명이 사망했다. 더 가까운 과거에는 지난해 중국에서 흑사병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퍼진 당시에는 치료방법이 없었으나, 현재에 와서는 치료제와 예방법이 존재한다. 다만 흑사병은 발병 이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 스페인 독감(Spanish flu)

인류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1920년까지 2년 간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염병이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만든 흑사병보다도, 제1차 세계대전 사상자보다도 많은 더 많은 사망자를 냈다.

이름은 ‘스페인 독감’이지만, 최초 발생지는 미국의 텍사스다. 당시 전시 체제였던 탓에 언론 검열이 심해 언론 중립국이었던 스페인 언론이 주로 다루면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스페인독감이 더 무서운 것은, 딱히 이렇다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린 듯한 증상을 보이다가 이후에는 몸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보랏빛으로 변해 죽어간다고 알려졌다. 스페인독감은 ‘3일 열병’이라고도 불렸는데, 3일 내외의 짧은 열병 증상을 보이다가 단순 감기로 판단 될 정도로 큰 증상이 없어서였다.

스페인독감은 우리나라에도 창궐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에 총인구 1670만 명 중 44%인 742만 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14만 명이 죽었고, 일본인 역시 15만 9916명의 환자가 발생해 1297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한국인이 1.88%, 일본인은 0.71%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오년 독감’, ‘서반아감기’ 등으로 불렸다.

스페인독감은 1920년에 들어 자연스럽게 잦아들었고,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 콜레라(Cholera)
콜레라는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의 감염으로 급성 설사가 유발돼 중증의 탈수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전염병이다. 호열랄(虎列剌)이라고도 불렸던 콜레라는 본래 인도 갠지스 강 유역의 풍토병이었으나 19세기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1500만 명 가량의 사망자를 냈다.

콜레라는 1800년대 발병하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인도에서부터 시작된 이 질병은 영국, 러시아,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콜카타에 있던 영국 군인 5000명을 1주일 만에 몰살시킨 콜레라는 1819년에는 유럽에, 1820년엔 중국에 상륙해 많은 사망자를 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전염병인 ‘콜레라’가 창궐하며 수 백년 동안 콜레라에 시달렸다. 괴질(怪疾)이라 불렸던 콜레라가 조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순조 21년(1821)이었는데, 당시 평안도 감사 김이교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지난 그믐 간에 문득 괴질이 돌아 사람들이 설사 구토하고 근육이 비틀리면서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열흘 안에 1,000여 명이 죽었으나 치료할 약과 방법이 없다”라고 적혔다.

콜레라균은 구토물, 분변 등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레라의 감염 증상은 갑작스런 설사와 구토가 대표적인데, 급성 설사로 인해 중증의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1800년대 공기 중의 감염이라고 생각됐던 콜레라는, 런던의 존 스노라는 의사에 의해 오염된 물로 전염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로써 콜레라는 상하수도 시설 및 공중위생이 확립되는 계기가 됐다.


◇ 결핵(Tuberculosis)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 스페인독감보다도 더 많은 사망자를 낸 건 다름 아닌 결핵이었다. 결핵은 지난 200년 동안 약 10억 명의 사망자를 냈다.

결핵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 등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결핵균에 감염되면 한 달 이상 기침이 지속되고, 가슴통증을 동반하며 기침 후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또 오한, 식욕감퇴, 체중감소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로날트 D.게르슈테의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를 보면 결핵은 빅토리아 시대(1837~1901) 이후 ‘아름다운 병(미인병)’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새하얀 피부를 선호하던 당시 미인상이, 결핵을 앓는 환자의 창백해진 외모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한 것이다.

당시 결핵에 걸린 사람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다보스는 결핵 환자를 위한 요양지로 유명해져 이로 인해 경제적 부를 쌓았다.

결핵균은 1882년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발견돼 1882년 3월 24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의학학회에서 발표됐다. 이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로 지정돼 매년 결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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