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 MMORPG게임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어비스(대표 정경인)가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 있어 오전에 통보하고 오후에 퇴사시키는 등의 부당해고를 일삼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비례대표 후보 또한 펄어비스의 권고사직 문제에 주목했다.
18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펄어비스의 부당해고 행태를 폭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펄어비스에서 퇴직한 후 다른 게임회사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요즘 시대에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도 아니고 당일해고를 밥먹듯이 한다”며 “계약직으로 뽑고 계약 연장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사람 피말리다가 하루 아침에 자르는 게 일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펄어비스에 대해 “어제 회의한 동료가 다음날 없고 같은 팀 사우도 동료가 퇴사한 걸 모르는 회사”라고 지적하며 “드디어 오늘 게임라운지에 글이 터졌다. 한 두명이 아닌 팀 단위로 여러곳이 당일해고 당한 듯하다. 물론 정규직도 포함이다”라고 썼다.

▲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펄어비스 폭로글. (사진=블라인드 캡쳐)

펄어비스에 재직중인 직원들도 폭로글에 동참했다. 직원 B씨는 “오전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사 당한 사람을 열 명 넘게 봤다”며 “심지어 계약, 파견도 아니고 정규직에 팀장급, 서비스 초기멤버 등 자르는 것에 임계선이 없는 회사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펄어비스 직원 C씨도 “부당해고가 법에 안걸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당해고로 걸리는거 이 회사도 알고 있다”면서도 “소송 걸 수 있고, 걸려면 걸라고 한다. 그런데 소송 걸어서 다시 복직하면 자발적 퇴사 나올때까지 괴롭힐텐데 누가 버티겠느냐”고 썼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해고 통보를 미리 하지 않은 채 당일에 통보하고 바로 해고하는 식의 부당해고가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이루어졌다. 계약직, 파견직 뿐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정규직의 경우에도 가차없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글쓴이 본인도 하루 아침에 잘려나갈 수 있음에 두려워하면서도 익명을 빌려 폭로한 것이다.

펄어비스는 게임회사 중 복지가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월세, 양육비, 학자금부터 치과 치료비 지원, 미용 서비스 지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경쟁 게임사들과 비교했을 때 이 좋은 복지 혜택을 받는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2년이 채 되지 못한다.

비정규직 비율도 경쟁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비정규직 비율은 최근 2년간 22.8%에서 30.9%로 늘었다. 전체 임직원수 697명 중 183명(26.3%)이 비정규직에 해당한다. 이는 경쟁사인 엔씨소프트(3.2%), 넷마블(3.1%)에 비하면 훨씬 많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연말 ‘2019 일자리창출 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러나 전·현직 사원들의 불만과 부당해고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펄어비스 측은 문제를 인정한다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1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당일 퇴사 등의 인사 프로세스를 당장 개선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달 들어 징계 해고와 10여명의 권고사직이 이루어졌고, 특정 부서에서 자진퇴사까지 겹치며 꽤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퇴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회사는 항상 임직원 여러분에게 업무에 대한 열정, 우리 게임에 대한 애정, 성과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구해왔고 이런 기조에서 회사는 업무성과가 부진하거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 펄어비스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구성원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빠르게 조직에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해왔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당해고를 인정한 셈이다.

이어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절차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 것은 모두 경영진의 불찰이다”라며 “여러분의 자긍심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펄어비스의 인사 정책과 기업 문화에 대해 빠르게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펄어비스의 입장문이 다소 어불성설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지난 16일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펄어비스의 부당해고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펄어비스 측에 권고사직과 관련한 내용을 문의했다. 류 후보에 따르면 당시 펄어비스 측은 “대량의 권고사직은 없었으며 프로젝트는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노동부에 신고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답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9일 펄어비스가 ‘맞지 않는 직원들을 이달 들어 10여 명 권고사직했고, 징계 해고 했다’는 입장문을 낸 것이다. 이에 “일이 커지니까 입장을 번복한다”는 논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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