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축소된 행사... 그래도 영웅은 잊지말아야

▲ 고 한상국 상사의 부인인 김한나씨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사진제공=뉴데일리

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 유한일 기자 | 김성민 기자 | 편은지 기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선 민간업체 지오영의 마스크 소분작업에 군 장병을 투입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1인 시위가 있었다. 1인 시위에 나선 이는 김한나 씨다. 그가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간업체의 마스크 소분 작업에 나라 지키는 군인을 투입하는것은 말이 안된다”며 “공익을 위해선 가능하지만 마스크 하나당 마진이 있는데 그 수익은 (민간기업) 지오영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군인 대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수익을 공적인 용도로 쓰는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일 마스크 500장과 마스크 필터 1000 장을 기부했다. 그가 기부를 한 이유는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국민 등이 국가유공자 건강증진 및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 중인 중앙보훈병원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행됐다.

 

 

▲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씨가 지난 6일 중앙보훈병원(병원장:허재택)에 마스크 500장과 마스크 필터 1,000장을 기부했다. 사진제공=중앙보훈병원

 

 

 

중앙보훈병원에 힘을 보태고, 민간이 해야 할 일에 군인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그는 군과 연관된 인물로 군에 대한 애정이 높아 보인다. 그가 군에 대한 애정을 이토록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녀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조타장 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다.

 

 

 

 

故 한상국 상사는 누구?

 

 

 

▲ 한상국 상사 흉상. 사진제공=국가보훈처

김한나씨의 남편은 故 한상국 상사다. 한상국 상사는 지난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근해에서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 조타장으로 임무 수행 중 북한 경비정과 교전하다 전사했다. 영화 연평해전에서 한 상사(배우 진구 분)는 부상을 입고도 임무 수행을 마치기 위해 끈으로 조타키와 자신의 팔을 묶는 모습이 영화로 상영된 바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한 상사의 시신은 전투가 끝나고 난 41일 후 침몰된 고속정 조타실에서 발견됐다.

 

 

연평도는 서해북방한계선(NLL) 근방이다. 이곳에서 북한과의 교전은 두 번 있었다. 제1차 연평해전과 제2차 연평해전이라 불리는 두 교전은 각각 1999년 6월 15일과 2002년 6월 29일에 발생했다. 두 번의 연평해전 모두 북한군이 서해 연평도 인근 NLL을 넘어 대한민국 영해를 침범하면서 발생한 해상전투로 6·25 이후 최다의 전사자를 낸 전투로 기록됐다.

 

 

 

서해상에서 북한의 첫 도발...제1차 연평해전

 

 

 

제1차 연평해전은 6월 15일 오전 8시 45분경 북한 경비정 7척이 대한민국 해군 고속정에 접근하여 충돌공격을 실시하면서 발생했다. 우리 해군은 이에 맞대응하여 충돌공격을 가하면서 양측간에 혼전이 벌어졌다. 오전 9시 28분 북한 함정이 먼저 사격을 가해옴에 따라 대한민국 해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즉각 대응사격을 가했다. 쌍방간의 교전은 오전 9시 42분까지 14분간 진행됐으며, 그 결과 북한은 어뢰정 1척이 격침되고 5척이 크게 파손 당하여 북으로 도주했다. 반면에 대한민국 해군은 고속정 5척이 경미한 손상을 입는 것으로 끝났다.

 

 

 

2002년 6월 29일, 한일 월드컵 당시 벌어진 제2차 연평해전

 

 

 
▲ 제2차 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우리 해군.

 
제1차 연평해전이 벌어진 지 3년 후인 2002년 6월 29일 2002 한·일 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북한은 다시 한번 북방한계선을 침범하여 무력 충돌을 일으켰다. 이날 오전 9시 54분부터 북방한계선을 넘기 시작한 북한 경비정들은 10시 25분 근접차단을 실시하던 대한민국 해군의 참수리 357호에 대해 집중사격을 가했다. 이에 대한민국 해군도 참수리 357호와 358호가 대응사격을 개시하는 한편 인근의 제천·진해함(PCC)과 참수리급 경비정 4척을 투입해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교전은 오전 10시 56분까지 31분간 진행된 후 북한은 약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SO·1급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 북으로 퇴각함으로써 종결됐다. 우리 군은 최초의 참수리 357호정이 침몰했으며, 정장인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 용산 전쟁공원에 전시된 참수리 357정. 빨간 부분은 총탄의 흔적을 도색한 것이다. 사진제공=국가보훈처

 

 

 

한편 정부는 2008년 4월 ‘서해교전’으로 불리던 이 전투를 ‘제2연평해전’으로 명명하고, 추모행사도 국가보훈처 주관하에 정부기념행사로 승격시켰다.

 

 

 

 

북한의 기습어뢰로 침몰된 천안함

 

 

 
▲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 사진제공=국가보훈처

 
1987년 건조되어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에도 참가했던 역전의 초계함 천안함(PCC-772, 해군 제2함대사 소속)이 2010년 3월 26일 21:22경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서해 최전선을 지키던 승조원 104명 중 이창기 준위를 비롯한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실종자 구조 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순직하게 되면서, 천안함 피격사건은 더욱 가슴 아픈 사건으로 기록됐다.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폭탄을 퍼붓자 해병대가 대응사격에 나섰다. 사진제공=국방부
천안함 피격사건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던 2010년 11월 23일, 오전 평화롭던 연평도에 갑자기 폭탄이 날아들면서 순식간에 불길에 휩쌓였다. 북한은 다시금 서해 최전방인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연평도 인근 부대에선 해상 사격 훈련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연평도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군은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대응포격을 개시했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교전은 종료됐다. 교전 후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은 170여 발로 당시의 교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 2015년 11월 22일 인천 옹진군 연평부대 장병들이 연평도 평화공원 전사자 위령탑을 찾아 2010년 북한군의 포격으로 희생된 해병대 소속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영웅을 추모하다...서해수호의 날!
 
▲ 국군 장병들이 2018년 3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3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처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6명 전사),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46명 전사), 연평도 포격도발(2010년 11월 23일, 2명 전사)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온 국민이 함께 추모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특히 서해수호의 날은 북한의 서해 도발 중 우리 군의 희생이 가장 많았던 천안함 피격일(2010년 3월 26일)을 기준으로 3월 넷째주 금요일로 지정했다.

 

 

올해 정부는 기념행사 대신 이벤트로

 

 

오는 3월 27일은 서해수호의 날로 5주년째다. 조국을 위해 전사한 군인들을 추모하고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서해수호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서해바다를 지키다 숨진 이들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된 후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안함과 연평도 유족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안보불안과 호국행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번도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서해 수호의 날이 바로 앞으로 다가 왔다.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정부는 보훈처를 통해 서해 수호의 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로 인해 모이는 것 자체가 취소되는 등 행사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도 오해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가 핑계아닌 핑계로 보일까 우려가 앞선다.

 

 

최근 손정목(65·사진)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천안함 폭침 10주기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를 준비를 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역대 최소 규모로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이사장은 “문 대통령께서는 취임 첫해엔 외국 순방, 지난해는 지방일정 때문에 ‘서해수호의 날’에 취임 후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하셨다”면서 “임기 절반을 넘긴 만큼 올해는 꼭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게 천안함 및 연평해전 유족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서울지방보훈청은 ‘제5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27일까지 ‘호국영웅 55인 롤콜(이름 부르기)’, ‘서해수호 호국영웅 릴레이 추모 챌린지’란 제목의 이벤트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55인 이름 부르기 이벤트는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 이름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호명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호국 영웅과 그의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자리가 아니고, 이름 부르는 이벤트로 격하 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서울보훈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저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따라 기존 광화문, 전쟁기념관 등지에서 대규모로 실시하던 서해수호의 날 서울 기념식을 온라인을 통한 홍보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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