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본확충 어려움 커져

 
▲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송현섭 기자 | 보험업계가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새 건전성 기준 K-ICS의 도입이 미뤄져 시간은 벌었지만 필요한 자본확충엔 상당한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수익 인식기준의 변경을 핵심으로 추진해온 IFRS-17 도입 일정이 오는 2023년으로 또다시 1년 연장됐다. IFRS-17과 함께 금융당국에서 적용할 예정이던 K-ICS 도입계획 역시 미뤄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과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IFRS-17 도입이 미뤄져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 1년 준비시간을 더 벌었지만 여러 면에서 우려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 때문에 한 치 앞도 못 보고 있다”며 “증자나 신종증권 발행 등을 통한 자본확충 여건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IFRS-17은 계약당시 원가가 아닌 결산 때 시중금리를 감안한 시가로 계산해 보수적으로 수익을 인식한다. 보험사에선 저축성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을 늘려야만 하는데 과거 고금리 확정형으로 판매한 저축성 상품이 많은 보험사의 경우 그만큼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보험사들이 기존 경영실적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늘어난 부채규모 만큼 최소한 자본을 확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 보험사는 회계리스크 해소를 위한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을 확충할 시간을 벌었지만 정작 문제는 저금리의 장기화와 최근 코로나 사태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금융시장 상황 때문에 필요한 중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의한 신용리스크 확대로 양적완화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에선 2조 달러, 우리나라는 1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풀어 경기 악화와 기업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 유동성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금리인하 경쟁은 더 심각해 미국 FRB(연방제도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 역전 우려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최근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0%대로 낮췄다. 이는 현재도 투자이익 급감과 역마진으로 경영난에 빠진 생명보험사들의 자본조달을 압박하는 셈이다.

 

 

더욱이 변동성이 확대된 최근 증시상황은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계획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대부분 유상증자 또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으나 예측조차 힘든 상황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상위사들조차 새 회계시스템의 안착을 낙관하기 힘들다”며 “IFRS-17 도입을 거부하고 독자 회계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미국의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IFRS-17의 선제적 도입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중소 보험사들의 경우 전산시스템 구축과 안정화를 위한 비용부담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3년의 준비시간이 남아있지만 새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선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선 당국이 IFRS-17 도입을 강행하려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어 남다른 혜안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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