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 사태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직격탄을 맞은 명동 상권이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매출 하락을 버티지 못해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인 채 가게 문들 닫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고, 평소 대비 10%에 불과한 매출이라도 올리겠다는 상인들은 혹여나 손님들이 들어올까 가게 유리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올해 연초 중국의 대명절인 ‘춘절’ 특수를 놓친 상인들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로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만 있었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던 중 코로나19라는 복병까지 마주한 상인들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 8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명동 거리. 사진=유한일 기자

◇ 발걸음 끊긴 명동 거리···점심시간만 반짝 ‘활기’

8일 오전 찾은 명동 거리는 평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과 중국 등에서 찾은 해외 관광객들로 붐볐던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소수의 행인들만 거리 양쪽으로 늘어져 있는 매장을 둘러보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모두 소비로 이어지진 않았다. 행인들과 눈이 마주친 근처 상인들은 “OO 있어”, “들어와서 보고 가세요” 등 호객 행위를 이어갔지만 대부분 허탕만 쳤다. 비교적 행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물 2~3층 매장의 직원들이 1층에 임시 매대를 설치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자가 만난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명동 거리를 찾는 행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대비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영향으로 집 밖 출입을 삼가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한 상인은 최근 상황을 두고 “초토화됐다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주변 회사원들이 식사를 위해 쏟아져 나오는 점심시간은 그나마 명동 거리에 활기가 돈다. 한 식당은 직원 2명이 가게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까지 나와 피켓을 들고 나와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이 직원은 “1달 전부터 점심시간에 맞춰 피켓을 들고 나온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가게를)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마저도 명동 거리 중심가와 골목은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닿기 쉬운 유명 맛집이나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대부분 명동의 메인 거리에 위치해 있어 상황이 양호하지만, 골목 안쪽 구석에 위치해 인적이 드문 식당에게 ‘점심시간 반짝 매출’은 먼 얘기다.

한 편의점 직원은 기자에게 “지금 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것 같지만 점심시간 끝나면 거리는 다시 텅텅 빈다”고 귀띔했다.

▲ 8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명동 거리. 매장 곳곳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유한일 기자

◇ 매출 감소 못 버텨 ‘임시휴업’ 결정한 매장 속출

관광객들의 유입이 끊기고 코로나19가 확산 공포로 소비 심리까지 줄어들며 명동 상인들에겐 ‘매출 쇼크’가 찾아왔다. 한 상인은 매출이 평소 대비 10분의 1로 추락했다고 호소했다.

값비싼 임대료에다가 인건비 상승으로 고심이 깊던 일부 점주들은 코로나19로 매출까지 하락하자 ‘임시휴업’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장사를 멈췄다.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다. 명동 상권에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은 매장은 이날 기자가 확인한 것만 20곳에 달했다.

명동 골목에서 모자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은 “코로나19 시작 후 3월 초까지 버티다 결국 문을 닫고 한 달을 쉬다가 오늘 다시 나왔다”며 “하루에 한 팀 올까말까 한다. 주로 외국인을 타켓으로 장사했는데, 외국인이 아예 없으니 매출이 나오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은 한 매장의 옆 가게 직원은 “(옆 가게 사장이) 얼마 전 ‘조금 쉬다온다’고 말하며 가게를 닫았다”며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생도 함께 나오지 않는다. 매장을 열지 않는다고 건물의 임대료가 나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인건비라도 줄여볼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의 바램은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2주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끊겼던 행인들의 발걸음을 회복하는 것도 덩달아 미뤄졌다.

기자가 만난 한 명동 상인은 “전국민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상인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국내에서 집단감염 같은 일이 또 벌어져 이 사태가 더 이어질 경우 이대로 장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폐업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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