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토로,그러나 공천자와 탈락자간 미세한 '온도차'

한나라당 정치인들 중 박근혜 계열로 일컬어지는 의원들은 이번 영남권 공천결과를 놓고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공분'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상황이다.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현역의원 62명 가운데 27명(탈락25명, 불출마 2명)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친박의 대학살'이라는 처참한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지경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대구 박종근, 안택수, 이해봉, 김석준 의원, 경북 권오을, 이상배, 임인배, 이인기, 김재원, 김태환 의원, 부산 권철현, 김무성, 정형근, 엄호성, 유기준, 이성권, 이재웅 의원, 울산 강길부 의원, 경남 박희태, 이강두, 김기춘, 김명주, 김양수, 김영덕, 최구식 의원 등 25명. 이들 중 친이도 눈에 띄나 친박이라는 이유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의원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좌장 김무성 의원, 지략가 김재원 의원을 잃게 된 친박 세력은 이제 모종의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오른팔이 잘린 상황에 더 있다가는 왼팔이며 다리들까지 무사하지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박들의 반발, 즉 한나라당으로부터의 엑소더스가 진행될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친박들이 이번 사태를 학살로 규정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도 이 상황에 대해 침묵을 지킬 사정이 아니라는 대전제는 섰다. 그러나 공천에 밀린 친박들이 당장이라도 반발할 태세라고 해서 친박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이동 준비를 끝내고 명령만 기다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친박 사이에서도 공천을 받을 자와 17대 국회를 끝으로 물러날 자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강경파와 총선을 일단 치르고 결행하자는 온건파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에 이 문제까지 얽혀 친박간 의견 교통정리도 한참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는데, 친박 사이에서도 곤천 탈락자들이 공천자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느 정도 '거리감'을 느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밀약설로 일부만 버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 즉, CBS는 지난 12일 "한나라당의 영남권 현역의원 68명 중에 불출마 선언을 한 두 명과 공천내정자로 발표된 12명을 제외한 현역 의원 가운데 50% 가량을 물갈이하는 쪽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공천 결과를 보면 얼추 이와 유사한 상황이고, 그렇다면 친박 사이에서도 주군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선택받은 자와 버림받은 자로 구분되는 상황이다.

결국 친박 사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 크기와 시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거리감을 느끼고 점차 멀어지는 정치그룹도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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