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헤르난데즈 주디스 알레그레 씨

지난 10일 국회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필리핀 여성이 비례대표에 선정 됐음을 알리는 발표가 있었다. 주인공은 창조한국당에서 가장 먼저 비례대표로 선정 된 헤르난데즈 주디스 알레그레 씨.

이날 발표에서 문국현 대표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15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해 우리나라에 살게 된 헤르난데즈 주디스 알레그레 씨를 다문화 가정의 표본으로 생각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주디스 씨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비례대표 발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는 다소 지쳐있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고 이주여성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하자 이내 목소리를 높여 답변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시종일관 진지하게 답변을 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인터뷰가 끝날 때에는 “그래도 한국을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창조한국당에서 비례대표로써 출마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이주여성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주여성들을 위해서 일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지금 이주여성들의 생활도 괜찮지만 아직까지는 교육문제, 가족문제 등은 미흡한 것 같다.

저 또한 이주여성들의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런 점에서 문국현 대표와 공통관심사가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이런 것(이주여성문제)은 꼭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주여성문제를 위해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앞장서서 일하는 정치인이 있어서 차별 없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녀 두 명도 한국에 있다가 인종차별 문제로 필리핀으로 돌려 보낸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에서 인종차별을 절감한 대표적인 경우는.
▲아이들과 공공장소에 있는데 나의 아이들을 보고 '저 애들은 왜 이렇게 까맣지'라며 사람들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아이들은 어리고 한국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엄마가 옆에 있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또 아이들이 커서 한국말을 알아듣게 돼서 저런 말들을 알아들으면 '얼마나 상처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행복해야 되는데 아이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기 싫었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남성우월주의, 남아선호사상 등이 강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의 여성인권이나 평등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옛날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남녀는 다 똑같다. 여자도 열심히 하면 남자보다 잘 할 수 있다. 남녀가 평등했으면 좋겠다. 남자만 힘이 있는 게 아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힐러리 같은 여자들이 많은 일들을 하지 않나.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전부 남자였다. 여자가 운전하면 운전자들이 지나가면서 말을 하곤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여자도 권리가 있다. 여자도 할 수 있다.

-언론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정치는 여론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언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방안은.
▲모든 것은 열심히 하고 자신감만 있으면 모든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처음에 할 때는 조금 부족하지만 하다 보면 괜찮아지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투르지만 천천히 자심감을 갖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국회에서 발표할 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이주여성으로서 할 일들에 대해 앞만 보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한국생활을 보면 알 수 있다. 15년 살면서 처음에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고 생활하는 방법도 모르고 했지만 한국 문화를 조금씩 배우면서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법은 잘 모르지만 당장 어떤 법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시작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하루가 나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노력하게 된다. 이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동남아 여성들과 국제 결혼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폐해 또한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국 남자들이 고쳤으면 좋겠다. 이러한 결혼을 주선해 주는 에이전시(중개소)가 많다. 이 에이전시가 진짜 문제다. 서로 만나지도 않고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것은 안 좋은 것이다. 하루만 사는 것이 아니고 평생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여성이 한국에 오면 말도 안 통하는데 서로 같이 살아야하는데 힘든 점이 많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새로운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 들어올 때 도착하면 한글 교육을 시키는 것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6개월이든 1년이든 공부해야 어려움 없이 말하고 생활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아무도 한국말을 알려주지 않았다.

학원을 다니려고 해도 전혀 없었다.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어차피 한국에 와서 결혼하면 한국사람이 되는 것이고 아이들도 태어날 텐데 한국 사람을 한국 정부에서 챙겨줘야 한다. 결혼을 위해 온 여자들은 금방 태어난 아이와 똑같다.

또한 출산할 때 물론 시어머니가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다.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결혼해 출산을 하게 되면 가족 중 어머니나 언니 같은 사람을 1명 올 수 있게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도우미를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대부분 산후조리에 대해 잘 모르고 나이도 어리고 혼자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해결됐으면 좋겠다.

-직업이 영어강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필리핀 또한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몰입식교육에 대한 입장은.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 같다. 저도 절실히 느낀다. 유치원까지는 돈이 많이 안 들어간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클수록 학원을 보내야 한다. 또 아이들한테 미안한 것은 숙제도 있고 준비물도 많다. 준비물 같은 것을 안 가져가면 선생님한테 혼난다.

영어든 국어 수학이든 애들 클수록 요즘도 고등학교만 보내면 100만원이 들어가는데 감당이 안 된다. 일반 엄마들이 만약 일을 하면 50만원 정도 적은 돈을 받으며 일한다. 학원을 안보내면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지게 되고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 가 있어 친구도 없다. 그렇기 대문에 꼭 학원에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비례대표에 선정되면서 다른 이주여성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지금까지 어려워도 주위에 관심도 없고 말할 곳도 없었다며 발표 이후에 꼭 해결해 달라는 부탁과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한국 땅에 있는 이주여성들과 결혼한 사람들, 이들의 입장에서 대변해 주는 정치인들이 없다.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주여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길을 간다. 험한 길, 좁은 길, 오르막길 등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저 또한 지금 어렵고 힘들지만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열심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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