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로 노출된 노약자들

“지금 놀이터에서 쓰레기봉투 등 생활필수품을 선착순으로 나눠 드리고 있으니 어서 나오셔서 받아가세요” 직장인들이 대부분 출근한 시간인 오후 두세 시경 스피커를 단 차량이 동네를 돌며 방송하는 소리다.

일부 악덕 업체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후 홍삼 엑기스 등 건강식품을 추첨 후 나눠준다고 속인 후 노인들의 흐린 판단력을 악용해 교묘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출근하고 노인들이 한가한 오후 시간대를 노려 생필품을 무료로 나눠준다고 사람들은 모은 후 마치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것처럼 속여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는 시제품처럼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효과를 검증하라며 제품이 확실히 효과가 있을 때 두 번째 제품을 사용하면서 구매하고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는 것이다.

드셔보세요. 효과 없으면 반품하시면 됩니다.

쓰레기봉투를 나눠 준다는 방송을 듣고 나갔다가 건강식품을 구매하게 된 피해자 유모씨(65)의 물건 구매 과정을 보면 이들의 부도덕한 상술이 한눈에 보인다.

피해자 유모씨는 자녀들을 모두 직장에 보낸 늦은 오후 생필품을 나누어 준다는 방송을 듣고 집 앞 공터로 나갔다고 한다. 건강식품 방문판매업자들은 마치 이벤트인 것처럼 꾸며 재활용 봉투부터 세제까지 다양한 상품을 등급별로 나눠줬다고 한다.

이과정이 사실은 물건 구매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별하는 단계인 것이다.

자택이 본인의 이름으로 돼있는지,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는지, 받는다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판별 작업을 위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마치 이벤트인 것처럼 나눠주며 경제적인 능력을 확인하고, 대단한 이벤트에 당첨된 것처럼 판매를 위한 물건을 나눠준 후 효과가 좋은 것이 입증돼 곧 대대적인 홍보와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니 미리 하나를 더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들로 구매를 종용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정보에 어둡고 사리판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노려 얄팍한 상술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어이없는 행동은 판매방식 뿐만이 아니다. 계약철회 방식이 유무선을 통해 처리가 되거나 고객의 불만 내용을 접수받고 그에 대해 처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10일 이내 내용증명으로만 계약철회가 가능해 내용증명 발송 등의 절차를 어려워하는 노인들의 경우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품에 대한 문제로 홍삼판매업체와 전화통화를 하자 강압적인 목소리로 시종일관 응대하고 있었다. “내용증명 보내세요”라며 간단한 응대 후 그 외의 계약철회 방식 및 판매방식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소비자 보호원에 알아보라”며 해당 내용에 대한 질문 내용에는 대한 응답을 회피했다.

소비자 관련단체들은 최근 실제 방문판매 업자들로부터 피해를 받는 소비자의 수는 실질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것으로 보고있다며, 피해를 줄일 방법을 하루속히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소비자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노인들과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사은품이라는 미끼로 유인해 마치 무료로 제품을 주는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방문판매업자는 음지로, 지방으로, 더 깊숙이 숨어들고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속강화와 함께 계약철회를 손쉽게 변경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사업자는 자신의 연락처를 허위로 알려줘 구매자들의 반품요구 자체를 봉쇄하고, 구매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금지급을 명령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 법원을 통해 대금지급을 명령토록 하는 등 노인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방문판매업체들은 농촌지역의 특정마을을 방문해 상품판매와 관련된 언급은 자제하고 사은품을 제공한다거나, 효도관광, 경로잔치를 실시하는 명목으로 노인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체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고령 농업인들에게 물건을 판매한 이후 반품거절, 청약 철회 방해, 대금 부당청구 등 부당한 행위를 일삼는가 하면 심지어 불량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가족들의 화목까지 깨져

방문판매 피해자 모임의 김모씨(42)는 “부모님의 물건구매로 인해 자녀와의 분쟁으로 이어져 가정불화까지 야기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방문판매로 인한 노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현재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미성년자는 만20세 미만으로 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는 반면, 노인들은 인터넷 등 정보에 어둡고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특성 때문에 피해는 갈수록 급증하는데 문제가 있어 이를 노리는 방문판매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성년자 계약 거래와 마찬가지로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할부거래나 방문판매로 물품 구입 시 자식들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하는 점과 건강보조식품인 경우 절반 또는 2/3 이상 남아 있을 때 반품을 원할 경우 반품을 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 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 보조식품 업체 관련자는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물건을 일부 방문판매 업자들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것 같다”며 “구매하는 노약자 분들이나 마찬가지로 판매하는 사람들 역시 농촌지역의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제재를 통해 판매 방식이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판매업의 기본 취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과정의 비용을 줄여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좋은 취지를 악용해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방문판매업자들에 대한 제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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