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의 `제2의 9.11 테러' 기도가 시작된 것인가.

영국에서 적발된 여객기 테러음모 사건이 지난 2001년 9.11테러 사건을 일으킨 알카에다의 또하나의 9.11 계획일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국에서 알카에다 테러공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이클 처토프 미 국토안보부장관은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런던에서 적발한 테러음모 사건이 알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그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단정적인 결론은 아니다"라고 언급했지만 이번 테러 음모가 "정교하고 많은 조직원들이 동원됐으며 국제적"이라는 점을 강조, 알카에다 소행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국장은 한발 더 나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 음모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고 처토프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9.11 테러 발생 5주년을 한 달 앞두고 9.11를 연상케 하는 비슷한 수법의 테러음모가 적발돼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에 의해 준비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이번 테러음모 사건에 몇몇 파키스탄 출신이 연루돼 있고, 파키스탄 정부가 이들의 체포에 많은 도움을 준 사실도 알카에다 소행이라는 심증에 무게를 보태고 있다. 파키스탄은 9.11 전후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대거 활동했던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알카에다 동조세력도 상당수 있다.

뿐만아니라 알카에다는 그동안 계속해서 미국 등 서방에 맞선 `글로벌 지하드(전세계적 성전)'을 주장해왔다.

대(對)테러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2001년 9.11 이후 우려돼온 `그랜드 테러 음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9.11 희생자 변호인단과 함께 일해온 사설탐정 장-샤를르 브리자르는 "스케일에 있어서 이번 사건은 새로운 9.11로 계획된 것 같다"면서 "9.11때와 똑같은 도구, 똑같은 수송수단 및 장비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항공안전 전문가인 더글러스 레어드는 이번 테러음모가 9.11 사건의 총지휘자인 칼리드 샤이크 모함메드가 지난 1994~1995년 세운 계획으로, 11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폭파시키는 암호명 `보진카 작전'을 닮았다고 지적했다.

FBI에 따르면 `보진카 작전'은 알카에다 추종세력들이 대부분의 보안장비로는 탐지해낼 수 없는 액체폭발물을 콘택트렌즈 세척액에 숨기고 항공기에 탑승, 카시오 손목시계를 이용해 폭발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의 테러전문가인 로핸 구나라트나 연구원과 런던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밥 에어즈 연구원도 "이번 음모는 전형적인 알카에다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아직까지 알카에다의 개입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물증은 없으며 어디까지는 추정과 분석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테러음모가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드러날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5년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하지는 못했지만 5년간 진행해온 테러와의 전쟁에서 알카에다를 사실상 무력화해왔다고 주장해왔으나 알카에다의 건재를 입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 2001년 9월11일 9.11테러로 화염에 휩싸인 세계무역센터. 이 건물은 곧 무너져 내려 수천명의 희생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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