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장에 시장논리의 잣대를 대다

각 대학들은 매년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다. 등록금 인상요인의 주된 원인은 학교운영비용의 등록금 의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데서 그 주된 이유를 찾을 수 있으며, 이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은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이화여대 총학생회>

◆등록금 1천만원 시대

지난 3월 4일 고려대 및 서울소재 사립대 대부분의 등록금 인상분이 결정됐다.
고려대는 5.9% 인상된 액수로 의대는 621만8천원, 예능계열은 489만2천원, 공대는 484만8천원, 간호대는 429만6천원, 인문사회계열은 361만3천원의 등록금을 내야 했다. 신입생의 경우는 102만9천원(의대 120만1천원)의 입학금을 별도로 내야 해 의대 1학년 학생이 2008학년도 1학기 학교에 내는 돈은 총 741만9천원이나 된다.

연세대는 올해 등록금을 8.9% 인상하고 신입생이 내는 입학금은 91만2천원에서 99만3천원으로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계열별로는 역시 의대와 치과대가 610만4천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화여대도 등록금을 7.7% 인상해 인문·사회는 370여만원, 미대·약대는 약 520만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등록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것은 지난 2월까지 작년대비 물가상승률인 3.6%의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2008년 사립학교의 경우 5~9%, 공립대는 10% 이상 인상됐다.

학교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내놓을 때는 다른 무엇보다 '학생들의 복지'와 '교육여건 확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등록금의 인상폭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학교시설의 질은 예전과 별 다를 바 없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여전히 높으며, 학내에 휴식공간, 자치활동공간 등 학생들의 공간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월 28일 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화여대 조예대학의 열악한 학습환경을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새롭게 조성된 이화여대 ECC앞. 총학생회측의 '등록금 동결, 대학상업화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이런 와중에 지난 25일 오후 이화여대에서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측의 '등록금 동결, 대학상업화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과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 탄압에 대해 학교 당국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학교측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데이코리아>는 이미 지난 3일 '스타벅스 입점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학교당국'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등록금으로 충당되는 경상비

학교운영의 수입원은 등록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재단이 학교 운영자금으로 내놓는 재단 전입금, 기타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부금 등이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란 간단한 방법을 통해 대학재정을 늘리고 있다. 이렇게 손쉽게 등록금을 올려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상명대의 경우 등록금 의존도가 94.5%에 달하고 있다.

▲'교육의 장에 시장논리의 잣대를 대다'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그 어느 것보다 절실하다

이화여대의 총학생회장 강정주씨는 “ECC(이화여대 지하캠퍼스)건설에 든 비용과 운영에 필요한 경상비가 학생에게 전가돼 등록금 인상과 직결된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화여대 이수미 학생처장은 “ECC 건설비용은 등록금이 아닌, 전액 학교의 적립금으로 조성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측은 “이화여대는 현재 5200여억 원의 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들은 등록금을 동결하고 이월적립금을 환원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학교측은 건물 신축 및 학교 발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다”며, “학생들의 등록금이 ECC건설과 무관하다는 학교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2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학교 당국이 각종 건축과 부동산 매입을 위해 등록금으로 충당한 비용이 537억원이라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양경언 집행위원장은 “학교 당국이 건물 신축 등 학교 발전을 위해 보유하고 있다는 이월적립금이 실제 그 용도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의 한 관계자는 “한해 학생들의 등록금이 1700~1800억 원이지만 장학금 등 학비감면을 제하면 1400억 정도이다. 반면 한해 경상비는 2000억원이며 이중 1100억 원이 교직원의 임금이다. 학비로도 학교 경상비가 충당이 안되는데, 어디서 537억원이라는 근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반값 등록금 어디로 갔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이화인들

등록금 인상은 비단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대학입학은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등록금 인상은 교육의 장에 시장경제의 논리를 적용하고 대학당국에 대한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는 대신, 교육재정을 줄여나가는 정부 정책의 문제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사립대학들은 학교 내에 다양한 상업시설을 들여놓아 수익을 챙기고, 학내에서조차 학생들을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의 부담도 모자라 값비싼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비싼 등록금으로 서민들은 허리가 휜다. 학생은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를 먼저 떠올린다. '등록금 분할 납부제'도 허울만 좋을 뿐 실효성이 없고, 학교는 학생들과의 등록금 인상에 대한 결정을 '통보'할 뿐 대화가 없다. 그런 와중에도 대학은 재정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현재 많은 이들이 교육당국이 등록금에 상한제를 도입해야 대학에서 무작정 올리는 등록금의 인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 전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약속은 어디로 갔나?” 국민들은 자정작용을 하지 못하는 대학들에게도 적당한 제제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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