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대 상품권 유통망 조폭 장악 게이트 확산

정 관계 연루의혹과 함께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는 ‘바다이야기’파문 배후에 조직폭력배(이하 조폭)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또 성인용 오락실에서 유통되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및 유통망에도 정계 실력자들의 비호를 받은 조폭들의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내사에 착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바다 이야기’ 및 성인 오락실 운영에 대한 조폭 개입설 및 여권 실세 배후설 등 정치권에 떠돌던 풍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대변되는 이번 사행성 게임장의 핵심적인 사안은 막대한 양의 상품권 유통망을 움직이는 배후 실체에 있다. 상품권은 성인오락실에서 경품으로 지급되는 일종의 도박용 칩으로 오락실과 연계된 환전소에서 통상 10% 수수료를 받고 현금화 시킬 수 있다.
이렇게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의 국내물량은 사정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만 연간3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물량은 이보다 10배 이상인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 상품권 유통망을 조폭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 오락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부터 오락실 인 허가 문제까지 조폭들이 정권실세들과 결탁 개입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자금이 조폭들의 손을 거쳐 정 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고 재차 주장했다.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비유되는 형국이다.
상품권 유통…조폭 장악
정계와 검찰은 이번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 사행성 게임 산업에 동원된 상품권 발행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이번 내사에 핵심은 정계를 통해 꾸준히 제기돼 온 조폭 개입설에 대한 진상이다.
정계에 구성된 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품권을 발행하는 19개 업체 대부분에 직간접적으로 조폭들이 연계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상품권 업체의 경우 지역 내 배포 총판권까지 조폭들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로를 통해 성인 오락실로 유입된 상품권 유통 자금은 다시 조폭들의 조직 자금으로 들어간 뒤 정치권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성인 오락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체 중 일부는 지난 대선 이후 급격한 영업 확장을 보였다”며 “이들 업체가 정계와 줄이 다 있다는 소문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리스트에 오른 폭력조직은 부산 칠성파와 대구 동부 연합을 비롯해 약 10여개 조직으로 파악되는 정도다.
검찰 내 고위 관계자는 “조폭들은 상품권 발행 업체 영업권과 지역 내 총판권, 여기에 성인 오락실의 영업권 및 상품권 환전소로 이어지는 하나의 자금 순환구조를 완전히 장악해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전국 성인 오락실의 연간 소득만 약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촌 “난 무관하다”
한편 검찰의 강도 높은 내사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 국내 최대 폭력조직 서방파 전 두목 김태촌(58)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심상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은 “갱생 선언과 함께 사회봉사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김태촌이 이번 바다 이야기 파문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들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16년의 복역기간 중 조직원들의 면회가 정기적으로 이뤄진 폭력조직의 두목이었다. 또 범죄단체를 재구성한 전력(신우회)도 있어 그의 ‘갱생 선언’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방파 조직원들의 사행성 게임 연루로 인한 사법 처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 그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김태촌의 친누나인 김모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미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동생을 이제는 그만 괴롭혀 달라”며 “바른 길을 걷고 있는 동생을 왜 믿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에 따르면, 김태촌은 과거 친분이 있던 전직 야쿠자 출신 교인의 초청으로 선교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씨는 “동생도 이번 사건에 의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만 짧게 답했다.
그러나 검찰 내 고위 관계자는 “설사 김태촌이 완전한 갱생을 이뤘다 해도 주변에서 그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며 “김태촌을 비롯한 과거 전국구 폭력조직 두목급 인사들의 사행성 게임업 개입설의 진상을 밝혀 낼 것이다”고 전했다.
김재범 기자 kim@dig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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