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속출 수억 원 권리금 한 푼도 못 건질 판

전국을 뒤 흔들었던 '성인오락실 파동'이 또 다른 국면에 봉착했다.

정.관계 유착설과 뒤 봐주기 의혹, 상품권 관련 게이트 등은 국회와 검찰의 손으로 넘어 갔지만 국민 경제 후폭풍은 '상가시장 대란(大亂)'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대표적인 성인오락실 이외에도 야마토, 인어아가씨, 양귀비 등 유사 성인 오락실은 경찰 추산으로 전국 약 1만 5천여 개에 달한다.

이들 오락실의 공통점은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주택 밀집가에 위치한 상가에 있으면서 대부분 면적이 80여평 이상 건물 1~2층 '노른자위' 상가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서는 이미 이들 성인오락실 영업 및 이용과 상품권 사용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결론, 사실상 '폐업 조치' 판결을 내리면서 우후죽순 들어섰던 오락실은 휴업과 업종전환, 폐업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상가시장을 중심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성인오락실 프리미엄으로 '호황'을 누렸던 상가업주들은 치명타를 맞았다.
최근 2년 사이 성인오락실이 들어서면서 상가의 임대료와 권리금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올랐지만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오락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강남과 영등포, 종로 등지에서는 급매물 도미노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해 건물주와 세입자간의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천정부지 임대료 타 업종 '진입불가'

본격적으로 오락실이 들어서기 시작한 2004년부터 핵심 상권 지역에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상가업주들이 경쟁적으로 오락실로 업종 전환 시켜 '한집 건너 오락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1~2층은 오락실이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상권도 오락실 중심의 유흥관련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공생관계를 이루게 됐다.

식당에서 오락실로 업종 전환한 영등포의 김모(38)씨는 “작년 11월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오락실 수입이 좋다는 소리에 3억원 대출을 받아 업종전환 했다”면서 “1억원의 권리금과 게임기 구입, 판촉비용에 소진한 대출금을 지금은 이자와 월세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됐다”고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중랑구 면목동의 권모(45)씨는 “오락실 증가로 유동인구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유흥 상권이 발달하면서 운영하던 호프집을 확장했다”며 “한동안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확장 비용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아 돌려 막기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면목역 인근 한 부동산 업자는 “오락실이 생기면서 인근 상가 월세가 약 30%올랐다”면서 “이제는 오락실은 물론 인근 상가까지 단속의 여파로 초기 투자비용이라도 건지기 위해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해했다.

그는 “오락실의 경우 다른 상가와 달리 핵심 상가에 위치하면서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와 권리금으로 이제 타 업종의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 한 상태”라며 “간혹 문의는 있지만 실제 계약은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가시장 내년까지 이어질 듯

상가시장에서 오락실이 차지한 비중은 상당했지만 거품이 빠진 현재, 상가시장 상황은 내년까지 임대 대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각종 규제 정책으로 미분양 상가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락실이 빠진 자리를 채워줄 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오를 대로 오른 권리금과 임대료를 감당할 대안이 없는 상태다.

중소형 상가 컨설턴트 김중근씨는 “부동산 경기 부양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상가 임대 대란은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다”며 “특히 성인오락실 점포에 대해서는 고비용의 임대료도 부담이지만 부정적인 인식으로 전체 상권과 입점 건물의 이미지에도 상당기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했다.

성수동에서 상가임대업을 하고 있는 박모(62)씨는 “150평이나 되는 1층 상가 자리에 올 수 있는 건 은행이나 소형 할인점 이외는 전무”하다며 “권리금 포기는 물론 임대료를 대폭 낮춰도 오락실 자리였다는 이미지가 있어 손해를 보더라도 비워 둘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락실 운영을 한 김모(42)씨는 “허가해 줄때는 언제고 이제는 불법이라고 책임을 떠 넘기는 정부에 분통을 느낀다”며 “기계처분의 손해와 점포 처분의 이중고를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한탕주의 문화로 빚어진 현상에 정부도 책임이 있지만 각종 불법․탈법을 일삼은 오락실 업주들도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사회에서 퇴출된 사행성 성인오락실은 서민들에게 도박 중독과 가정 파괴를 남겼고 오락실 업주들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빚 잔치'만 남은 셈이다.


이종엽 기자 lee@dig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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