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해사건 등 아동 대상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아동성폭력 사범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혜진·예슬법'을 추진키로 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1일 “아동 성폭행 전과자를 중심으로 10세 전후의 여자아동을 납치, 유인해 성폭행한 후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의 절실하다”며 입법 추진 배경을 밝혔다. 재범 위험성이 있는 아동성폭력 범죄자 등에 대해 최장 5년 동안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행적을 추적하고, 소아기호증 등 병적인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형 집행 후 일정기간 계속 수용 치료하면서 재범 위험성을 심사해 석방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또한 이번 안양 초등학생 성추행 후 살해 사건('혜진·예슬 사건')의 여파로 그간 검토 중이던 성범죄자 유전자 채취, 감시 문제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아동 성폭행 범죄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자 등 제한된 범위에 한해, 유전자 감식정부를 채취 수록해 이후 사건 수사나 재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제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범죄자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또 왜 하필 성범죄자만 전자팔찌나 유전자 채취 등에 있어 타켓이 되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른바 '형평성 시비'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범죄인의 인권이라는 추상적 문제 못지 않게, 정부가 유전자 정보를 감시 감독하는 것이 이른바 '파놉티콘(완전 감시가 가능한 감옥)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 범죄를 관리 감독하려다 보면 점차 그 범위가 늘어나 국민에 대한 감시 일반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걱정하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른바 '혜진·예슬법'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10세 전후 아동을 성폭행해 살인하는 등 참혹한 범죄가 급증하는 시국에 재범의 우려가 농후한 전과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범죄는 재범 우려가 가장 높은 범죄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범죄와 달리 취급하는 이유가 뭐냐고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에게 제시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성범죄, 그 중에서도 아동성범죄는 각종 강력범죄와 연관될 소지가 높다. 일부 학자들은 아동성애자들의 경우 아이들에게 애착을 갖기 때문에 해치지 않고 돌려보낼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순수한 아동성애의 경우이고, 이런 경우말고도 각종 성격 이상이 복합돼 잔혹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상당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나 아동성애 유사증과 감정결핍(이른바 사이코패스)이 결합하면 특히 이번 안양 혜진·예슬 사건과 같은 토막 살인 등 지옥도가 따로 없는 잔혹 범죄를 낳게 되는데, 이런 흉악범을 가중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법감정에 반한다.

또한 아동성애에 따른 '상대적으로 가벼운' 성범죄에 대해 우리가 특별히 관대한 시각을 견지할 이유도 없다.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그것이 단순한 쓰다듬는 선의 추행이든 혹은 그 이상이든 간에 성인에 대한 같은 크기의 범죄에 대비해 남기는 정신적 충격이 더욱 극심하다. 또 피해자가 인격이 미발달된 시기에 입은 트라우마 때문에 겪을 충격과 고통이 극대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불법의 크기가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보다 극악하다.

이미 아동에 대한 성범죄, 잔혹범죄 등에 대해서는 여러 입법례가 강한 처벌의지를 표명, 시행 중이다. 미국의 메간법(성범죄 후 살해까지 당한 피해자였던 메간의 이름을 따서 메간법이라 이름붙음)이 대표적인 예이며, 미시간, 알래스카를 비롯 많은 미국의 주에서 이런 예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법률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면하고 연구 중에 있다.이 법에 반대론자들은 여러 논거를 들어 위헌을 주장

했지만, 미연방 대법원은 이에 대해 치열한 논쟁 끝에 합헌이라고 결정내렸다.

우리만 해도 치열한 논쟁 끝에 전자팔찌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과거와 같은 대책과 처벌만으로는 성범죄와 같이 범죄인의 이상성격에 의한 촉발 사례가 많은 범죄에는 잘 대체하기가 어렵다. 성범죄자에 대한 제한적 정보공개를 하는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등으로는 통제와 재발 위험 관리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인간을 기본으로 범죄모델을 구성하는 입법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면,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에는 제한적으로 유전자 정보 은행 구성이나 형량을 높이는 등의 단호한 대처를 뽑아들 때로 생각된다.

투데이코리아 임혜현 기자 ih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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