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총매출 6조5천억원, 도박중독대책자금 3억원

지난 3월 31일 감사원은 '31개 공공기관 경영개선 실태' 예비감사 결과에서, 한국마사회(KRA)의 방만한 경영실태가 지적했다. 한국마사회는 시간외 수당을 전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편법으로 23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사원은 한국마사회는 2001년부터 직원들에게 실제 근무를 안 해도 매월 18~36만원의 시간외 수당을 기본급처럼 지급했으며, 2004년 11월부터는 이와는 별개로 초과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시간 외 수당 항목을 또 만들어 매월 9만~15만원을 고정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에는 이를 다시 기본급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월급을 인상시켜 준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 감사원 지적 전면 부인

하지만 한국마사회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지급금에 대해 초과근무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04년부터 추가로 지급된 시간 외 수당 항목은 동년 7월부터 발주시간이 연장돼 모든 직원이 '고정적'으로 수당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이런 고정급이 2006년 기본급에 포함된 배경에 대해서는 2006년 경영평가단에서 내린 '급여체계 단순화' 지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006년 당시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교수, 회계사, 연구원 등으로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경영평가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공공정책부, 평가분석과 등 어느 부서에서도 한국마사회가 주장한 '2006년 급여체계 단순화 지침'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 그 평가결과에 따라 투자기관은 월 기본급의 200~500%, 산하기관은 100~200%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할 것이라는 방침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6년 '정부투자 및 산하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한국마사회는 금융·수익 유형의 기관 중 평가결과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1~6급까지의 직급으로 나뉘며, 2급 이상은 연봉제로 기본연봉외 업적연봉, 연봉외 수당의 급여를 받으며, 3급이라는 능력급제로 기초급외 제수당, 성과급, 상여금을 받고 있다. 한국마사회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정직원과 계약직을 포함해 약 700여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기여에 인색

1942년 '조선마사회'를 시작으로 지난 1962년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국민의 여가선용을 도모한다는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현재 서울 및 수도권에 25개소, 지방에 7개소의 지점을 두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사업과 마사진흥사업 외에 '농어촌 복지증진 및 사회기여'라는 공익기여사업을 그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한해 6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마사회의 도박중독대책자금은 9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그중 3억원 만이 집행됐다(한국마사회 홍보팀). 이는 총매출의 0.005%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다. 이는 경륜 13억6천만원, 강원랜드 19억2천만원에 비해 턱없이 미비하다.

특히 지난 2006년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분석연구'에서도 가장 중동성이 강한 도박이 경마로 나타났지만, 이에 대한 한국마사회의 투자는 극히 인색한 것이다.

게다가 '장외발매팀'이라는 담당부서를 따로 둘 정도로 사업확장에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전국을 도박장화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마포 일가족 살해·유기사건'의 피의자 이호성씨도 장외발매소 임대사업에 손을 대면서 부도를 맞게 돼, 이번 사건의 범행동기중 하나로 제기되기도 했다.

연간 6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마사회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 2005년 12월과 2006년 1월분 수도요금을 부과하면서 영업용 요율을 적용해 모두 7400여만원의 수도요금을 부과하자 소송을 낸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서울 경기장은 오락장이 아닌 오락스포츠업에 해당하고,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므로 '업무용'요율이 적용돼야 한다”며 서울 상수도사업본부 강남수도사업소장을 상대로 '수도요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입장객으로부터 입장료를 징수하고, 경마장 안에서 마권을 발매하는 등 한국마사회의 영업형태는 유기장에 해당하고, 방문객에게 오락적 성격의 관람을 제공하고자 하는 경마장의 일반적인 설치목적에 비춰봐도 경마장이 오락장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편 한국마사회의 이우재(71) 회장은 지난해 7월 충남 공주의 한 터널안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다 오모(69)씨의 경운기를 받아 오씨를 숨지게 했다. 이회장은 이사고후 경찰에 늑장신고했지만 현재까지 마사회 회장직을 계속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회장이 사고를 낸 후 어두운 터널 내에 차를 세울 경우 추가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터널 출구 근처까지 이동한 뒤 8~9분이 지나 119에 신고했다”며 일부에서 제기된 이회장의 뺑소니 의혹을 일축했다. 결국 이회장은 '안전운전의무 불이행'혐의만이 적용됐다.

◆반말·욕설 등 상식 밖 취재거부

본지는 금번에 불거진 인건비 편법지급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마사회에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 측은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면서 질의서를 보내면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증빙자료와 함께 답변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질의서를 받아본 홍보팀 탁성현 과장은 “아직 조사중이니 대답할 수 없다. 기사화 될 경우 형사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가 재차 통화를 시도하자 한 공기업의 과장의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식 밖의 반말과 욕설을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며 취재를 거부했다. 공공기관이 갖는 취재지원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다.

한편 이번 감사원의 발표는 공기업의 민영화나 구조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감사원은 이달 중순까지 이번 감사를 마무리 짓고 기획재정부에 통보해 기관별 경영실적평가 및 임원평가에 적극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감사원은올해 안에 전체 298개 공공기관 가운데 10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사를 벌일 방침이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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