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기록종만 109종 수록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정신과의원 원장이 13년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촬영한 사진을 모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새류(後魚+思類) 도감을 발간했다.
후새류는 몸통에 발이 달린 연체동물문(軟體動物門) 복족강(腹足綱)인 고둥류 가운데 아가미가 심장의 뒤쪽에 위치하며 퇴화된 패각을 갖거나 패각이 없는 후새아강(亞綱)에 속하는 생물을 말한다.
제주시 한빛정신과 고동범 원장은 지난 93년부터 제주의 바닷속을 누비며 촬영한 120여종의 후새류 사진 수천장을 모아 4년간의 동정 및 분류 작업을 거친 뒤 '한국 후새류도감'을 만들었다.
이 도감에는 풍등출판사가 수중사진 촬영대회 및 공모전을 통해 모은 자료 사진, 디지털에코포토클럽(DEPC) 회원들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촬영한 사진, 개인적으로 동정을 의뢰해온 사진들을 포함해 총 198종의 후새류가 실려 있다.
고 원장은 이 가운데 국내에 기록이 없는 미기록종 12개 과(科)와 109개 종(種)에 대해 한국명을 새로 부여하고 기존 한국명이 종을 구별하는데 혼동 또는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3개 과명과 27개 종명도 바꿨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에서만 서식하는 종으로 알려진 태평양하늘소갯민숭이, 갑옷갯민숭달팽이, 검은돌기갯민숭붙이 등을 제주시 사수포구와 서귀포시 범섬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한 뒤 세계적인 관련 학자들이 모이는 시 슬러그 포럼(Sea Slug Forum)에 보고해 한국이 서식처로 추가되도록 했다.
또 지난 99년 일본인 히라노씨가 첫 촬영한 뒤 학명을 부여한 왕벚꽃하늘소갯민숭이, 눈송이하늘소갯민숭이도 서귀포시 범섬 주변 수심 12∼15m에서 찾아내 일본이 유일한 서식지가 아님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된 도감의 내용은 시 슬러그 포럼의 홈페이지(http://www.seaslugforum.net)나 고 원장의 홈페이지(http://www.seasee.co.kr)에서 볼 수 있다.
이번 국내 첫 후새류도감 발간에는 세계적 권위자인 호주박물관 무척추동물과의 빌 루드만 박사와 민패류연구소 민덕기 소장, 그외 김병일, 윤병로, 마이크 안 등 국내외 다이버들의 도움이 컸다.
고 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지속적 보존과 경제적 이용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도 생물종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지구상 생물의 80%가 서식하는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소중한 해양생물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야그 속에서 얻어진 정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선진국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도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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