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낙전수입? 발행비 대비 오히려 손해”

-연간 2천억원 이상 낙전수입 발생-
-사회환원 없고 업체가 고스란히 '꿀꺽'-

백화점·정유사·제화업체 등 상품권발행업체들이 발행하는 상품권에서 해마다 2000억원이 넘는 미회수 상품권이 발생하고, 이를 업체측이 고스란히 '낙전(落錢)수입'으로 챙기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경제지는 “상품권을 발행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매면 수십~수백억원 가량의 낙전수입을 불로소득으로 챙기고 있다”며 “리딩업체의 경우 연간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상품권 낙전수입이란 발행된 상품권 일부가 회수되지 않고 사장되면서 생기는 이익을 말한다.

실제 문화·도서·외식상품권 등 저가의 상품권이나 백화점 등에서 고액 상품권을 쓰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소액 상품권 같은 경우 안 쓰거나 방치해 잃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때문에 이렇게 미회수된 상품권으로 낙전수입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발행업체가 앉아서 챙기는 것.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급성장하는 상품권 시장=

상품권 시장은 지난 1961년 일본의 상품권법을 바탕으로 국내에 상품권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1971년 화신 신세계 미도파 시대 금강 에스콰이아 한일관광 국제관광공사 등 8개 업체에서 첫 상품권을 발행한 이래 꾸준히 발전해왔다.

한때 뇌물화를 우려해 폐지되기도 했으나 1994년 백화점 상품권이 합법화된 이후 현재까지 상품권은 '제3의 화폐'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상품권의 발행 유통과 관련된 규제를 폐지(1999년 2월)한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

상품권 발행업체의 수도 상품권법 폐지 이후 급격히 늘어나 현재는 각 유통사 및 발행사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함에 따라 백화점·제화·교육·외식·주유·관광·도서·문화 등 약 2000여개의 업체에서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도 2006년 말 이미 10조원을 넘어섰으며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상품권 낙전수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품권 발행으로 발생한 낙전수입에 대해서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체 “발행비, 낙전수입보다 높아”=

이에 대해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상품권 낙전수입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비용이 낙전수입보다 높아 오히려 손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낙전수입이 0.4~0.8% 정도인데 비해 상품권 발행비용만 해도 1%는 되고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손해”라며 “상품권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고 기업차원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데, 낙전수입만을 놓고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다른 업종에서도 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답변을 했다.

특히 제화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을 팔 때 액면가보다 할인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살 수 있어 이득을 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약간의 미회수 상품권이 발생하는데 이를 두고 '낙전수입을 거저 얻는다'고 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권 발행업체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시민들은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이디 'gotodance'를 쓰는 네티즌은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자신의 마케팅 차원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두고 여기서 발생한 낙전수입을 상품권 발행비와 관리비에 비교해 손해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so-so'라는 아이디의 네티즌도 “대형 백화점이 상품권 발행으로 오히려 손해가 난다면 한해 1조가 넘는 상품권을 왜 발행하는 것이냐”며 “업체들의 답변은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상품권 발행이 손해라고?=

그렇다면 일부 업체의 주장처럼 상품권 발행이 오히려 업체측에 손해나는 사업일까.

상품권은 크게 백화점·주유·구두 등 제품 판매 업체가 직접 발행하는 자가 발행형 상품권과 도서·문화·외식·여행 등 3자 발행형 상품권으로 나뉜다.

업체에서 상품권을 발행하게 되면 국가에 인지세를 납부한다. 제작에는 종이식·카드식 등 제작방식에 따라 제작단가의 차이가 나며, 위조방지를 위해 홀로그램이나 워터마크를 삽입할 경우 제작단가는 더 올라가게 된다.

상품권 발행비용이 일부 업체의 주장처럼 전체 상품권 발행금액의 2∼3%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어 상품권 발행업체의 수익은 처음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들어오는 돈은 가수금형태로 은행에 저장이 되고 업체는 이 금액을 활용해 다양한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보통 선수금활용수익이라 한다.

이후 판매된 상품권이 사용처(가맹점)에서 사용되면 사용처는 발행사에 금액을 청구하게 된다. 10만원 상품권으로 상품 5만원어치를 샀으면 5만원을 청구한다. 이때 상품권 발행업체는 사용처에 5만원에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입금한다. 즉, 발행사는 수수료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어 상품권 판매 이후 미사용된 상품권에 해당하는 금액은 소비자가 사용하기 전까지 발행사에서 보유하게 되고 이때 금융이자소득(통칭 금융소득)이 발생한다. 또한 발행된 상품권이 사용되지 않으면 미회수퇴장수익, 이른바 낙전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 기업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과 함께 여러 가지 부가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권 발행업체는 상품권을 발행함에 따라 다양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결코 그들의 주장처럼 손해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서경환 기자 sk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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