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눈나무집’,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때론 쉴곳을 잃어가도 넘어질듯이 지쳐가도
아무말없이 걸어가리 아무 말없이 걸어가리


가수 루시드폴의 ‘삼청동’이라는 곡 중 일부다. 삼청동은 그런 곳이다. 맛집 멋집 갤러리와 카페가 곳곳에 있는 유명한 동네이기도하지만 그저 아무말 없이 산책하기 좋은 곳,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처럼 흘러가는 공간이다.

오늘은 그 가운데 역사가 있는 두 곳을 찾아 지친 그대에게 시원하고 달달한 기운을 선사하리다.

먼저 얼음 동동 띄운 새큼한 국물에 아삭아삭 씹히는 김치가 입안을 깨워주는 ‘김치말이국수’다. 여름별미로 제격.

삼청동 저 깊숙한 곳으로 타박타박 걸어 들어가 ‘눈나무집’을 발견하면 제대로 당도한 거다. 이곳은 1990년 시인이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며 시작한 운치있는 곳으로 지금의 주인이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마주보게 재단장을 했다.

김치말이국수는 심심하게 담근 김치를 시큼하게 숙성시켜 송송 썰어넣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내는데, 양념이라야 여기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깨소금 치고 김과 삶은 계란 올리는 것이 다다. 헌데 워낙 삼삼하게 맛을 내니 몇 방울 참기름이 고소하게 입안에 진동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김치가 한껏 청량하다. 국수는 도톰한 것이 찰지고 쫄깃하며 국물은 새큼하면서도 조미료 느낌없이 자극적이지는 않으니 술술 들어간다. 국수대신 찬밥을 말아 김치말이밥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소박한 그 맛은 입맛없을 때 한그릇 뚝딱 헤치우기엔 그만이다.

그리고 따끈하고 달짝지근한 떡갈비가 있는데, 이곳의 떡갈비는 10년의 노하우가 밴 양념에 고기를 재워 떡과 함께 구워져 나온다. 김치말이국수와 찰떡궁합.

눈나무집에서 배를 든든히 채워줬다면 이제 다음코스로 건너뛰자.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의 단팥죽. 이곳 또한 28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삼청동의 터줏대감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을 거슬러 오래된 찻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자그마한 공간엔 등을 가까이대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몇 개가 전부. 외국인에서부터 문인에 연인까지 찾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이곳의 단팥죽은 한 입 떠먹는 순간 눈을 감게 된다. 커다랗고 쫄깃한 떡과 밤, 은행이 먹음직스럽게 어우러진 죽을 한 입 머금으면 계피향이 살풋 감돌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그윽함을 남긴다. 그 맛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조용히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비결은 그 자리에서 직접 쑤는 통팥에 있다. 그래서 맛이 살아있다. 바로 가까이에 눈으로 보이는 주방에는 항상 단팥죽이 끌고 있다. 단팥죽 위로 솟아 있는 하얀 찰떡은 새알심. 매일 아침 빚어 만든 것이라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그 위로 얹힌 삶은 밤과 노오란 은행 알도 먹기에도 보기에도 맛을 더해 준다.

<눈나무집>

* 영업시간: 11시 30분 ~ 21시 20분
* 찾아오는 길: 광화문에서 경복궁끼고 좌측으로 도는 삼청동 길에서 직진하다 금융연수원 지난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 30m 좌우측에 '눈나무집'
* 메뉴: 김치말이국수-4,500원. 김치말이밥-4,500원. 떡갈비-7,000원* 전화: 02)739-6742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 메뉴: 단팥죽- 4,500원. 수정과- 3,500원
* 찾아오는 길: 삼청동길입구인 '난스튜디오' 방향길로 500미터가다가 우측(눈나무집에서 삼청동 길입구쪽으로 쭉 걸어오다보면 만날 수 있음)
* 전화: 02)734-5302

디지탈뉴스 :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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