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정(경제학박사, 평택대 겸임교수)

요즈음 대운하건설을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는 20세기의 시대적상황과 21세기의 세계경제질서를 인식치 못한 처사다. 당시 경부고속도로건설은 중화학공업을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함으로써 선진국형의 산업구조를 달성하여 산업구조고도화를 기할 수 있는 정책으로 중화학공업의 인프라가 되었다.

또한 국내경제의 불안정 고용상태에서 경부고속도로건설로 단순 노동력이 흡수되면서 실업률 감소를 가져왔고 특히 이들의 기술습득은 중동으로의 해외인력진출이 이루어지면서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진국의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선진국형의 자본집약적인 중공업화로의 전환에서 자본력이 미약한 한국정부의 차관도입이 중화학공업육성정책과 수출산업지원정책을 지원하게 되면서, 그 결과 풍부한 노동력의 희생과 정경유착에 따른 재벌기업을 탄생시켰다.

자본주의는 항상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무자비한 확장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인프라와 그리고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들이 실시하는 탈(脫)규제 및 자유화정책의 결정적인 도움을 근거로 하여 진정으로 지구화될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말(末)이었다.

즉 1970년대의 경제위기 여파로 기업과 금융시장이 재구조화를 단행한 결과 지구적 경제는 새로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기술을 사용함으로써 확대됐다. 이러한 국제질서에서 대운하건설은 시장주의와 상반(相反)되는 동시에 19세기형 물류수단으로 21세기정보화시대의 글로벌지식경제를 지향해야할 한국의 선진화에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가 될 수 없고 고용창출로 고급인력의 실업자구제를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민자유치’ 라는 편법으로 정부 돈, 즉 “국민이 내는 세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전부 민간 기업이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니 국민은 염려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의 대운하건설 참여는 수익성에 의한 참여가 아니라 운하를 건설하고 주변지역의 개발권을 따내서 투기로 이익을 보자는 것으로 이들의 불꽃놀이에 지역주민들은 설 곳이 없어진다.

지구적 경제는 시장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시장을 대신하여-또는 시장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시장과 정부 그리고 시장을 대신하여 활동하는 국제금융기관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창조되었다.

첨단컴퓨터시스템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관리하고 고속으로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수리적 모델을 허락했다. 또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지구 곳곳의 금융센터와 연계되어 기업들은 온라인 관리로 국가와 세계를 가로질러 활동할 수 있게 하였다.

이와 같이 충분히 성장한 경제의 지구화로 자본력이 풍부한 외국투자가와 헤지펀드(Hedge Fund)로 인하여 각국의 기관투자에 의한 공개시장 조작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ㆍ커뮤니케이션기술의 기반 위에서만 진행될 수 있는 글로벌시장경제질서에서 민간유치와 외자유치는 곧 이들에 의한 주식시장의 교란을 불러올 수 있으며, 수익성이 없는 대운하건설로 외자유치에 대한 이자가 국민세금으로 지급될 경우, 이는 국부유출을 가져오면서 한국경제의 파탄(破綻)을 불러올 수 있다.

그 동안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국제질서의 영향과 정치지도자들의 세계질서인식의 갭 때문이었다. 21세기 글로벌시장경제질서와 핵무장평화시대에 속(續)냉전을 겪고 있는 한반도상황 하에서 대운하건설이 과연 동북아 물류중심국이 되는 경제적가치가 있는지 운하건설을 추진하고자하는 지도자들은 미래의 한국과 국민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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