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원프라이스 정책 무너지나

-가격할인 공공연히 성행
-사측, '가격할인은 프로모션일 뿐'

르노삼성자동차가 그동안 주요 영업전략으로 활용해온 단일가격 정책인 '원프라이스 정책'이 최근 잇따른 리콜과 후속 모델로 인한 판매감소로 흔들리고 있다.

◆관행처럼 굳어온 '영맨할인'

대부분의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그간 사측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이월차량 할인, 전시차량 할인 등 이외에도 영업사원들이 자신들의 수당 중 일부를 부담해 할인해 주는 소위 '영맨할인'이 공공연하게 존재해 왔다.

따라서 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와 영업사원 간 가격을 흥정하거나 옵션 등을 늘리는 것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차량의 연식이 바뀔 때인 연말이나, 페이스리프트 혹은 후속 모델의 출시가 임박한 때에는 수백만원의 할인이 이뤄지곤 했다.

하지만 이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폭락을 초래해, 할인 받지 못한 채로 차량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시세에 맞추기 위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며 중고차를 처분해야 했다.

또한 일부 영업사원들이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대체하기 위해 전시차 혹은 선출고 차량을 신차인양 꾸며 소비자에게 인도해 일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 사고 난 흔적이 있거나 부품을 교환한 흔적이 있는 차량이 새차로 둔갑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에 반해 르노삼성은 2000년 9월 출범이후 원프라이스 정책을 고수하며 과도한 판촉이나 가격 할인을 지양했다. 원프라이스 정책은 전국 모든 영업지점에서 정찰된 가격으로만 차량을 판매해 르노삼성차는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차 값이 동일하다는 인식을 구축했다.

원프라이스 정책은 최근까지 계속된 판매약진의 숨은 공신으로까지 평가될 정도다.

◆'원프라이스' 고수한다더니

최근 신차를 구입한 최모 씨는 “SM5를 눈여겨보던 중 가격적인 부담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르노삼성의 한 영업사원이 '520만원 할인'이라는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영업사원이 제안한 차량은 이른바 '재고차'로 불리는 이월차량. 영업사원은 르노삼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이월차량에 대한 할인과 더불어 자신의 수당만큼의 금액을 할인해 주겠다고 나섰다는 것.

지난 3월 르노삼성의 QM5를 구입한 정모 씨는 지난해 12월 생산된 이월차량을 30만원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정씨가 신차 등록을 마친 뒤 일주일 만에 르노삼성 측은 똑같은 모델을 100만원 할인한다는 판매정책을 내 놓았다.

정 씨는 “구입당시 원프라이스 정책만 믿고 구매했는데, 며칠만에 70만원을 손해봤다”며 르노삼성 측에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회사의 마케팅 정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르노삼성측은 SM5의 경우 2007년 9월 생산한 차량에 한해 305여만원, 12월 205여만원, 2008년 2월 85여만원, 3월 70여만원을 기본적으로 할인해 주고 있으며, 이에 타깃고객층에 대해 추가적으로 기타할인까지 해주고 있다. QM5의 경우도 2007년 12월 생산차량 200여만원, 2008년 2월 85여만원을 할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SM5를 구입했다는 김모 씨는 “다른 차에 비해 중고가격이 고가로 책정돼 신차 가격이 경쟁차종에 비해 다소 높지만, 중고차 가격을 고려해 구입했다”며 “르노삼성 측에서 갑작스럽게 큰 할인폭을 제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고차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올초 SM5를 구매했다는 이모 씨는 “차값을 2백만원이나 올려놓고 시동꺼짐, 진동문제 등이 심각해지고, 경쟁차종에 밀려 판매가 부진하자 재고정리하려는 것”이라며 “할인되기 전에 구매한 사람만 피해자가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르노삼성, 가격할인은 프로모션일 뿐


르노삼성의 한 영업사원은 “리콜, 소비자 불만 접수 등으로 차가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원프라이스 정책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며 “서울 강남처럼 영업소간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간혹 수십만원씩 할인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SM3를 구매했다는 한모 씨는 “타깃할인, 카드할인 외에 영업사원으로부터 현금 30만원을 할인받고 40만원 상당의 가죽시트를 무상으로 설치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측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격할인은 제한된 수량의 이월차량에 국한된 '프로모션'이라는 입장.

르노삼성자동차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프로모션외의 현금할인은 일부 영업사원들의 문제”라며, “영맨할인이 적발될 경우에는 강한 제제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직영의 형태였던 영업소가 전국 178개의 영업소와 지점으로 확장됐다”며 “현재 40여개의 지점이 '딜러' 즉, 계약직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직원과 계약직원이 섞여있다 보니, 원프라이스정책에 반하는 할인행위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며 “1,2차 적발 시에는 경고, 3차 적발시에는 해촉(영업사원으로서의 위촉 파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고객들이 주장하는 중고차가격의 하락 등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타사도 이월차량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할인을 하는데 본사만 원프라이스 정책을 지향한다고 해서, 이월차량 할인판매를 편향된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측은 원프라이스 정책은 변함없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할인은 프로모션일 뿐, 할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점장님, 장모님께도 못 깍아 드립니다'며 잠재구매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삼성르노자동차. 자동차업계에서 집계한 올해 1분기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8.6%. 지난해 1분기보다 1.3% 하락했다.

투데이코리아 이상훈 기자 xlegend@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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