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렐라’들이 뜨고 있다

▲ <사진 = MBC 마지막 스캔들>

최근 드라마를 통해 '줌마렐라'라는 용어가 다시금 관심을 갖고 있다.
줌마렐라는 아줌마의 '줌마'와 신데렐라(Cinderella)의 '렐라'를 합성한 단어로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기혼 여성을 이르는 말”로 이들은 지출 중 상당액을 패션은 물론 요가나 피부, 체형 관리 등 건강과 미용에 투자한다.

즉 자신의 외모뿐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과 대외적인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하루 중 몇 시간은 자기개발에 투자하며 ▲미용과 건강 등 자신을 위한 관리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터넷을 자주 활용하며 ▲향후 창업 등 경제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취미 또는 인맥관리를 위한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기존 '아줌마'들은 싸고 양 많은 제품 구매 패턴과는 달리, 유기농 채소와 천연주스를 먹고, 요가와 반신욕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천연화장품과 건강식품을 고집한다.

피부미용전문기업 '고운세상 네트웍스' 인현진 본부장은 “줌마렐라는 강한 생활력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아줌마'의 특기와 착하고 아름다운 '신데렐라'의 장점을 합친 개념, 즉 '미시'의 업그레이드, '아줌마'의 수정·보완판”이라고 설명했다.

인현진 본부장은 "예전에는 주부들 스스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웰빙 열풍, 줌마렐라 등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한푼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체면 따위는 던져버렸던 '아줌마'들의 소비문화가 미씨(missy), 몸짱 열풍과 웰빙(Well-being)문화를 통해 업그레이드 됐다. 또 미용과 자기투자가 '30∼40대의 한가한 아줌마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자신을 위한투자라면 아깝지 않다'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겸 주부 김모(45)씨는 "예전에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살았다."며 "젊고 날씬하게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도 또 다른 의미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예전에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다.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살았다”며 “젊고 날씬하게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오히려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결혼한 여자들은 대부분 '아줌마'라는 특정 집단에 포함돼 공공연히 '뻔뻔하고 눈치 없는 집단'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가정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혜로움과 인내,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기혼 여성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정받으면서 이들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공중파 TV에서도 '줌마렐라 드라마'가 부쩍 늘었다. SBS의 '조강지처클럽', MBC의 '천하일색 박정금'과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등이 대표적이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이들 연속극의 경우 내용은 다르지만 전개는 거의 같다.

없는 살림 꾸리느라 여자임을 잊은 채 촌스럽게 살다 바람난 남편에게 구박받고 버림받은 아줌마가 바깥세상에 나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인생도 확 바꾸고 짜릿한 복수도 한다는 게 그것이다.

천덕꾸러기 아줌마가 줌마렐라로 변신하는 과정은 신데렐라 탄생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상대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람이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작은 관심과 배려에도 고마워하다 보니 사사건건 재고 따지고 요구하는 처녀에 질리거나 겁먹은 남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처지는 달라도 답답하긴 비슷한 주부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덕인지 시청률도 꽤 높다. 어찌됐던 상상은 자유고 살다 보면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대리만족 내지 스트레스 해소 정도면 모를까 행여 실현 가능한 일로 착각하진 말 일이다.

윤정애 기자 jung@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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