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문국현 교섭단체 전격 합의, 친박 복당 급물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지난 23일 공동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양당은 한반도 대운하 저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중소기업 육성 등 3가지 정책 분야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정책연대를 통한 교섭단체 구성 방식에 합의했다.선진당은 정책연대를 통한 교섭단체 구성과 함께 합당 방안도 제안했으나 창조한국당이 합당에는 난색을 표시해 일단 교섭단체를 공동 구성하는 수준의 합의만 도출했다.


이로써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이어 세번째 원내교섭단체로 탄생하게 됐다.

양당은 합의문에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대운하 저지,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확보가 전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그리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데 뜻을 모았으며, 이를 위해 원내교섭단체를 공동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원내정책연대는 국가 중대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중심으로 정당들이 유연하게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역사적 결단”이라고 자평하며 “무의미한 정파투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께 정치가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양당이 이 같이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이유는 무엇보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군소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 구성이 절실했고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랜 열망 '교섭단체'

이와 같은 합의가 이루어진 데에는 자유선진당의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4월 9일 18대 총선 이후 침묵을 지켜 왔다. 충청권을 석권해 18석을 얻어 원내 3당이 되긴 했지만 당초 목표로 삼았던 원내교섭단체 의석수인 20석 확보에는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충청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해 '충청당'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고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모자란 2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그 대상은 누구냐는 것으로 관심이 자연스레 옮겨갔다.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시 된 대상은 무소속 당선자들이었다. 최연희, 이인제 등 강원도 무소속 당선자를 포함해 탈당 친박 당선자, 영호남 무소속 당선자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될 수 없는 분위기였으며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입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이회창 총재의 물밑 작업 또한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친박 인사들의 복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들에 대한 영입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영입 1순위로도 거론됐던 이인제 의원과 최연희 의원이 아직은 어떤 당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밝혀 이마저도 물 건너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마음을 비운 듯 했다. 2석 부족한 의석을 채우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을 터이다. 물론 이 총재는 그동안 “교섭단체가 되면 좋지만 꼭 이것에 연연해하지는 않겠다”고 말해왔다. 아마도 총선 당시 공천과정에서 '이삭줍기' 논란이 있었고 공개적으로 2명만 더 들어와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밑으로는 직접 '작업'에 나서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개원 전 최소 21석은 확보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는?말이 흘러나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이 되기 전까지 이런 분위기는 최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총재는 최근 당무회의에서도 의원 영입이나 교섭단체 구성 여부에 대한 말은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지난 19일 저녁 출입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이 총재는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백몇십 석짜리 큰 정당 총재를 하다가 열 몇 석 있는 정당을 이끄는 걸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있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해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이회창 총재가 소위 '서러움'을 당하는 일이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및 일본 방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했지만 이 총재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당시 이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또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일정이 발표되자 이 총재는 “손 대표가 야당 전체 대표냐”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영 대변인도 당시 “이미 신의를 져 버렸기 때문에 청와대가 회담을 제의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번 당한 '홀대'에 마음의 상처는 큰 듯 했다.

창조한국당도 총선에서 문국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운하 선봉장이었던 이재오 의원을 은평에서 꺽으며 당선돼 비례대표를 포함해 3석을 확보, 원내 정당 진입에 성공했지만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이한정 당선자가 허위 경력, 학력 파문으로 구속된 데 이어 문국현 대표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한정 당선자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석수는 2석으로 1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해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향후 정국, '캐스팅보트'

두 당이 전격적으로 원내교섭 단체 구성을 하게 된 것은 단순히 20석을 만들기 위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국회는 철저히 교섭단체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회 소집 및 의사일정, 상임위원회 운영 등에서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것이다.

당장 상임위원장 배분 등 18대 원구성 협상에 참가할 수 있으며 상임위원장 자리도 1자리 확보해 유리한 상임위에 의원들을 포진시켜 발언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단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기마다 지급하는 정당보조금 역시 교섭단체에 우선 지급된다.

이외에도 교섭단체 협상에서는 동등한 발언권을 갖기 때문에 반대를 표시하면 협상이 불발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나 중앙선관위원 등 국회 몫으로 배정된 각종 인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또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회 하루 전체 일정을 잡아 40분의 시간을 줄 정도로 비중을 두게 된다.

하지만 두 당이 정책적 연대를 통한 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18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념적 좌표가 다른 두 당이 정체성을 상실한 채 '몸집 불리기'를 했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원내 활동에 있어서도 당장은 그 뜻을 같이 할 수 있을지언정 지속적으로 보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원내 체제, 결과 주목

한편 친박연대 또한 한나라당 복당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기존의 '복당불허' 방침을 18대 국회 원구성 추이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의원도 “박 전 대표가 (뉴질랜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면담을 신청할 생각”이라면서 “다음 주 중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친박인사들의 복당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복당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홍 의원은 “그동안 당내 경선과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대립과 갈등의 정국이 돼왔고 당내 팽배한 반목과 질시가 있어왔다”며 “우선 원내지도부는 당내 갈등 구조를 조속히 해결하는데 앞장 서겠다”고 밝혀 복당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의지를 내비췄다.

또한 홍 의원은 이날 “(친박 무소속 연대와 친박연대 인사들을) 이미 만나고 있다”고 언급, 사실상 복당문제 해결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음을 내비쳤으며 “(복당문제의) 원칙은 최고위원회에서 천명했고 (복당의) 시기와 절차, 방법이 남아있다”며 “최고위에서 결정할 사안이고 30일 부로 얘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표도 해외 체류 중 다소 유연해진 입장을 밝혀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와 함께 어떻게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 오클랜드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나는 항상 한결같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고 옳은 일이면 항상 협력할 계획이다”고 했다.

또 며칠 전 복당을 허용한 강재섭 대표에게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해 해외 체류 중 심정의 변화가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출국 전 이 대통령과 회동 후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한 것과는 사뭇 다른 미묘한 입장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이러한 변화는 쇠고기 사태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마저 복당문제를 문제 삼아 강경하게 대립의 각만을 내세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로에 선 박근혜 전 대표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무조건적으로 당의 입장을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박 전 대표는 해외 체류 중 복당 해법으로 '선(先) 일괄복당, 후(後) 당헌·당규에 따른 문제인사 처리'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 21일 뉴질랜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월 안에 가부간 결정을 하시라고 했다”며 “다만 가부만을 가지곤 안 되고 구체적인 것까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5월전 일괄복당'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내가 얘기한 게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며 “한국에서 올 적에도 그렇게 얘기했다”며 복당에 대한 주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또 강 대표가 원 구성 추이에 따라 복당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복당은) 원 구성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바뀌고 복당은 사실상 이루어 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그 범위와 형식을 두고 이 달 말로 정한 시한까지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지난 22일 호주, 뉴질랜드 방문을 마치고 돌아 온 자리에서 일단은 침묵을 지켰다.
박 전 대표는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문 기간 류우익 대통령실장과의 통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홍준표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서는 “아직 사정을 잘 모른다”고 말했고 다음 주에 박 전 대표와 만나겠다는 홍 원내대표의 면담 제안설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일단은 일축했다.

하지만 이달 말 당의 결정을 지켜 본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에 따라 복당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지만 복당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선별복당' 시 탈락자들의 반발과 한나라당 내부에서 복당을 반대하는 낙선자 등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결국 총선 이후 군소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어느 정도 그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나름대로는 18대 국회 개원과 원구성을 앞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긴 했지만 그 지속성 여부와 명분에 있어서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두 정당의 정책적 공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연대 또한 복당 문제가 어떠한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향후 정국에서 총선 이후 당 안팎의 문제들로 인해 진통을 거듭했던 세 당이 어떠한 역할과 행보를 보일지에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기보 기자 luckyb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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