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전달은 민심파악이 우선돼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국정혼선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지난 22일 취임 83일 만에 전격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는 쇠고기 파동으로 민심이 이반하고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물론 취임 이후 정부내각 및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인선실패, 대운하 건설 번복, 박근혜 전 대표와의 권력 등 일련의 악재들이 총체적으로 얽히고설킨 결과라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담화문에서 이 대통령은 '송구스럽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등 최대한 자세를 낮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또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에 소홀했음 또한 솔직히 인정하기도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국민 앞에 국정혼선의 책임을 인정하고 겸허한 자세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국민의 반응은 두 갈래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을 비롯한 친 대통령 진영에서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을 다해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 상당수의 국민들은 알맹이 없는 공허한 사과에 불과하다고 이를 평가절하했다.

이처럼 반응이 엇갈린 이유는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석연찮은 대목이 여럿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 스스로가 담화문을 발표한 동기를 망각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하다. 담화문 발표의 직접적인 계기가 쇠고기 파동임을 간과한 것이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촛불시위를 하고 거리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불성실한 협상결과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의 동의 없이 기본 먹거리에 대한 안전권을 위협받는 불평등 협상을 졸속처리한 것이 국민의 원성을 산 것이다.

담화문에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생략하고, 오히려 한미 FTA비준동의에 대한 협조만을 강조했다. 담화문을 통해 18대 국회를 겨냥한 포석들을 깔고 주위에서 나도는 인적쇄신론에 대한 주장을 일축하고, FTA비준 지연의 원인을 야당 공동책임론으로 돌리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자신이 서울시장 재임기간 공들여 만들어놓은 청계광장에서 여중생이 촛불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안타까워만 했지,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는 던져주지 못했다. 담화문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려 했지만 국민들은 정작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혹자들은 쇠고기 파동은 국민의 정서를 잃지 못하고 설익은 실용주의가 불러온 아마추어리즘적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세간의 이명박 정부가 '보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지적도 이같은 맥락에서 거론된 것이다. 이제 취임 100일을 불과 얼마 앞둔 시점이다.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국민의 민심을 정확히 헤아리고 진정으로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MB정권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대통령의 진정성은 그때 비로서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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