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티샷을 3번 우드로 날린 박세리(29.CJ)는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홀까지는 201야드나 남아 그린 공략이 쉽지 않았다.
385야드 짜리 파4홀에서 티샷이 184야드 밖에 날아가지 않은 것.
드라이버로 티샷을 때린 카리 웹(호주)은 충분한 거리를 내 홀까지 132야드 밖에 남지 않았다.
누가 봐도 박세리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버디는 커녕 자칫하면 파세이브조차 어려워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박세리에게는 믿음직한 친구가 있었다.
평소 190∼200야드 안팎의 거리에서 자주 사용해왔던 유틸리티 아이언.
테일러메이드에서 만든 로프트 22도 짜리 레스큐 미드 4번 유틸리티 아이언은 박세리가 3번 아이언, 4번 아이언, 5번 아이언 등 3가지 아이언 대용으로 2002년부터 써왔던 클럽이다.
아이언에 비해 러프나 맨땅 등 좋지 않은 라이에서도 볼을 잘 띄울 수 있기에 백에 담아뒀던 이 클럽은 그린에 떨어지면 런이 많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3번 아이언으로 핀을 직접 공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임팩트가 여간 정확하지 않으면 방향과 거리가 잘 맞지 않는 3번 아이언보다는 치기 쉬운 유틸리티 아이언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그린 입구부터 깃대까지 거리를 감안하면 적당히 굴러서 핀에 붙도록 하는 샷을 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도 있었다.
핀을 곧장 노린 박세리의 샷은 겨냥한 대로 그린 입구로 곧장 날아갔고 깃대의 5∼6m 앞에 떨어지더니 홀을 향해 구르기 시작했다.
이글이 되는 듯 했던 볼은 정확하게 홀 앞 7㎝ 앞에 멈춰서 지켜보던 갤러리들의 탄식을 자아냈지만 아쉬움 섞인 탄성을 곧바로 '와'하는 함성으로 바뀌었다.
눈감고도 버디를 잡아낼 수 있는 완벽한 샷에 이미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가 질린 웹은 핀을 공략했지만 그린 가운데 둔덕을 넘지 못하고 홀에 6m 앞에 멈춰섰다.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친 웹의 버디 퍼트가 빨려 들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고 라인도 쉽지 않았다.
클럽을 선택하면서 내린 판단 하나가 깊은 슬럼프에 허덕이던 박세리에게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