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상금 625만달러를 놓고 벌이는 '스타워즈' US오픈골프대회가 15일 밤(이하 한국시간) 개막한다.
전 세계가 독일월드컵 열풍에 휩싸여 있지만 전통과 권위에서 브리티시오픈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특급대회 US오픈에 쏠리는 관심도 이에 못지 않다.
미국 뉴욕 맨해턴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매머로넥의 윙드풋골프장 서코스(파70. 7천264야드)에서 열릴 US오픈은 1895년 창설돼 제1,2차 세계대전으로 모두 6차례를 걸렀을 뿐 올해로 106회째를 맞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우승상금이 112만5천달러로 엄청날 뿐 아니라 출전선수 모두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점에서 우승자가 갖는 '넘버원'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예이다.
관전 포인트 가운데 으뜸은 지난 4월 마스터스대회 이후 필드에서 모습을 감췄다가 2개월만에 복귀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 여부다.
올해 상반기에 2승을 올려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던 우즈는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 얼 우즈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필드를 떠났고 끝내 지난달 부친상을 당해 아직도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다.
또 우즈의 독주에 숨죽이고 있다가 작년부터 확실한 대항마로 떠오른 필 미켈슨(미국)과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그리고 '파메이킹의 1인자'로 US오픈 때면 우승 후보에서 빠지지 않는 레티프 구센(남아공) 등 '빅5'가 벌이는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이에 짐 퓨릭, 데이비드 톰스(이상 미국), 마이클 캠벨(뉴질랜드), 파드릭 해링턴(아일랜드) 등 중견들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채드 캠벨(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 '젊은 피'들의 반란도 기대된다.
최경주(36.나이키골프)도 생애 첫 US오픈 '톱 10' 진입을 목표를 내걸었다.
제106회 US오픈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러프, 유리알 그린, 그리고 길어진 코스 = 윙드풋골프장 서코스는 1974년에도 US오픈을 개최했다. 당시 우승자 헤일 어윈(미국)의 4라운드 최종 스코어는 7오버파 287타.
당시 코스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선수들은 줄줄이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는 망신을 당했고 라운드 당 평균 타수는 77타까지 치솟아 미국 골프계는 '윙드풋의 대학살'이라고 명명했다.
32년만에 다시 US오픈을 개최하게 된 윙드풋골프장은 코스 난이도를 한결 까다롭게 조성해 다시 한번 '대학살'을 예고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US오픈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러프. 페어웨이에 바짝 붙어있는 러프도 길이가 4.5㎝에 이르러 볼이 잠기지만 그 옆에는 10㎝의 깊은 러프가 대기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또 한가지 두드러진 것은 10㎝ 길이의 러프마저 벗어나면 15㎝ 깊이의 '지옥 러프'가 있다는 점. 이는 페어웨이 바로 옆 러프보다 멀리 벗어난 볼이 갤러리들이 다니면서 밟아 다져진 곳에 떨어져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러프로 둘러싸인 페어웨이는 폭이 좁은 곳은 20m에 지나지 않아 선수들이 "마치 활주로처럼 보인다"고 볼멘 소리를 내뱉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다.
더구나 그린도 스피드를 스팀프미터로 3.6m가 나올 만큼 빠르게 조성해 어지간해서는 1퍼트로 마무리짓기가 힘들 전망이다. 한 선수는 이곳 그린에 대해 "경사진 당구대에서 퍼팅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1974년 때 6천961야드이던 코스 길이가 올해는 7천264야드로 길어진 것도 부담스럽다. 9번홀(파4.514야드)과 12번홀(파5.640야드)은 벌써부터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승부는 얼마나 많은 버디를 잡아내느냐 보다는 얼마나 보기 위기를 파로 막아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우승 후보 0순위는 역시 우즈 = 12일부터 연습 라운드에 나선 선수들로 북적댄 윙드풋골프장에서 단연 화제의 주역은 2개월만에 코스에 모습을 드러낸 우즈였다.
우즈는 부친의 와병과 사망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무려 9개 대회를 결장했다.
이는 1997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길었던 결장 기간. 장기간 필드를 비웠지만 월드컵축구 때마다 브라질이 그렇듯 우승 후보 0순위는 우즈이다.
더구나 우즈는 깊은 러프와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을 떨쳤던 베스페이지 골프장에서 열린 2002년 대회 때 나홀로 언더파 스코어로 우승했기에 모처럼 우즈와 경기를 치르게 된 선수들은 벌써부터 위축되어 있다.
13일 연습 라운드를 함께 돈 제프 슬루먼은 "1번홀에서 우즈가 친 드라이브샷은 340야드나 나갔다"면서 "저런 샷을 대회 때도 계속 친다면 우승컵은 우즈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즈에 대한 '경외감'마저 드러냈다.
그러나 '골프황제' 우즈가 복귀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가장 강력한 적수는 마스터스 챔피언 미켈슨. 우즈도 달성하지 못한 그랜드슬램(연간 4개 메이저대회 싹쓸이 우승)을 목표로 내건 미켈슨은 경기력에서 우즈에 뒤지지 않는데다 최근에는 강인한 승부 근성까지 보태졌다.
ESPN은 도박사들이 예상한 우승 확률에서 미켈슨이 4-1로 우즈(6-1)보다 높다고 보도했다.
2003년 US오픈 우승자 퓨릭과 2004년 대회 챔피언 구센도 어려운 코스에서 파를지켜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우즈의 대항마로 유력한 선수들이다.
전문가들은 신예 스콧과 가르시아, 그리고 작년 우승자 마이클 캠벨, 그리고 플레이어스챔피언을 제패한 스티브 에임스(캐나다) 등이 윙드풋골프장과 비교적 궁합이 맞는 스타일이라 우승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노쇠 기미가 뚜렷한 싱이나 올해 들어 부쩍 페이스가 처지고 있는 엘스는 우승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경주, '톱10' 목표 이루나 = 이번이 6번째 US오픈에 출전하는 최경주는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최경주는 US오픈 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최경주가 가장 힘겨워하는 코스 세팅이 러프를 길게 길러 놓는 것인데 US오픈은 전통적으로 선수들에게 '러프와의 싸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첫 출전했던 2001년 컷오프 된데 이어 2002년 공동 30위, 2003년 컷오프, 그리고 2004년에는 공동 31위에 그쳤다.
그런데 작년에는 공동 1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코스 세팅의 내막을 어느 정도 파악한 데다 관록이 쌓이면서 러프로 무장한 코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를 알게 된 덕이다.
올해도 최경주는 무리한 버디 욕심보다는 파를 지켜내는 '보수적' 경기 운영이 최선의 코스 공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톱10'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열풍이 한반도를 뒤덮었을 때 US오픈을 치르면서 밤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느라 바빴다는 최경주는 올해도 태극전사 못지 않게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첫날부터 빅뱅= 유명 선수들이 주로 출전한 탓에 1, 2라운드 조편성이 빅스타 끼리 묶이는 사례가 많아졌다.
우즈는 작년 US오픈 우승자 캠벨을 1, 2라운드 파트너로 만났다. 우즈와 캠벨은 16일 오전 2시55분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전년도 챔피언의 동반 플레이어로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가 전년도 챔피언과 동반 플레이를 펼치는 관행에 따라 아마추어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우즈, 캠벨과 함께 경기를 치른다.
최경주의 1라운드 동반자도 이 대회에서 2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엘스, 작년 마스터스 준우승자 크리스 디마코(미국)로 정해졌다. 최경주는 16일 오전 2시17분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마침 최경주는 엘스와 동반 라운드 경험이 많고 친숙한 사이라 편안하게 1, 2라운드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인기에서는 우즈를 능가하는 미켈슨은 15일 오흐 8시55분 10번홀에서 팀 클라크(남아공), 토마스 비욘(덴마크) 등 '복병'들과 경기에 나선다.
15일 오후 8시33분 경기를 시작하는 싱, 톰스, 가타야마 신고(일본)도 흥미있는 조편성이며 레티프 구센(남아공), 스튜어트 싱크(미국),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의 동반 플레이도 지켜볼만 하다.
장타자로만 한조를 이룬 JB홈스(미국)-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스콧 헨드(호주)의 플레이도 팬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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