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에서 지낸 9개월은 너무 행복했다"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59)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9개월 여 '짧지만 굵었던' 한국생활을 마치고 네덜란드 귀향길에 올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7일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서 지낸 매 순간이 즐거웠다"며 "모든 여건이 좋았고 많은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에브리바디 굿모닝(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올해 59세로 지도자로선 적지 않은 나이가 됐다"며 "지도자의 마지막 시기를 클럽팀에서 선수들과 하루종일 호흡하기 위해 러시아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핌 베어벡 신임 감독을 비롯한 압신 고트비, 홍명보 코치 등이 자리를 함께 '작은 장군'이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중도사임한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 13일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든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한 달만에 치른 이란과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2-0 승리를 거두면서 침체에 빠졌던 한국 축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2006독일월드컵 개막까지 9개월의 짧은 준비기간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총 17경기를 치러 9승4무4패(아시안컵예선, LA갤럭시 연습경기 포함)의 성적을 거둔 뒤 스코틀랜드 전지훈련을 통해 월드컵 준비를 마무리했다.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토고에 2-1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내면서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월드컵 첫 승을 따낸 아드보카트 감독은 프랑스전에서 기적적인 무승부(1-1)를 이루면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스위스와 3차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0-2로 무릎을 꿇어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원정 첫승과 원정 최다승점(4점)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을 포함해 총 20경기(10승5무5패)를 치르고 러시아에서 새로운 감독 인생을 꾸리게 된 아드보카트 감독은 "새로 사령탑을 맡게 된 베어벡 감독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세계적인 지도자"라면서 "압신 고트비와 홍명보 코치 등도 뛰어난 지식과 자질을 가졌다. 이런 면에서 한국 축구는 좋은 연속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어 "월드컵 대표팀 멤버에는 5-6명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있었다"며 "이들이 발전하기 위해선 해외에 나가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2002년에 월드컵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그 때와 비교했을 때 크게 실력이 향상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은 축구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뿐 아니라 팀 정신도 뛰어나다"며 "여전히 재능을 가진 선수가 많이 있다는 게 희망적"이라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장을 떠났다.

인터뷰를 마친 아드보카트 감독은 곧장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 뒤 오후 1시35분 대한항공 905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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