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유값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얼마 전 회사 근처에서 만난 김모씨는 기자에게 “경유값이 너무 올라 먹고살기 힘들다”며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했다.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가방장사를 하다 2년 전쯤 장사가 너무 안 돼 빚만 지고 그만 뒀다는 김씨는 이후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결국 과일장사에 뛰어들었다.

친지에게 빌린 돈으로 중고 1톤 화물트럭을 산 김씨는 차에 과일을 싣고선 목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장사를 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장사가 안 되기도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수입이 늘어가는 기쁨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경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목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이동하기보다 한군데 머무르며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과일장사 같은 경우 동네마다 그날그날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장사를 해야 빠른 시간내 많은 과일을 팔 수 있는데 기름값이 너무 비싸져 도저히 이동하면서 장사할 엄두가 안 난다는 것.

김씨는 “작년 여름에는 한 달 기름값으로 4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지난달엔 80만원을 넘었다”면서 “먹고 살자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문제는 비단 김씨만의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물류를 책임져야할 화물차량이 도로 위에서 움직일 줄 모르고, 출어에 나서 만선을 싣고 들어와야 할 어선들은 항구에 닻을 내린 채 조업을 포기하고 있다.

경유값 상승은 서민들에게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건축현장에 자재를 실어 날라야할 차량들이 줄지어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돼 건설사들의 속을 태우고 있으며, SUV(다목적차량) 등 경유차 생산업체도 급격한 판매부진에 생산량을 줄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비상체제에 들어가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렇듯 경유값 상승은 서민경제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정치권도 경유값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성급한 세금 감면을 경계하면서도 생계형 경유 사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합민주당은 “서민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을 기존 10:8.5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지키기 어려운 가격비율이다. 휘발유나 경유의 국제 시세가 유동적인데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생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10:8.5로 가격비율을 못 박는 것은 애당초 이룰 수 없는 것.

이런 현실에도 그간 정부에서는 '휘발유와 비교해 세금이 리터당 200원 가량 적은 경유에 추가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세금을 내려도 단기효과만 있다. 세금을 낮추면 소비만 늘리게 된다'는 등 원론적인 얘기로만 일관하며 현실을 외면했다.

정부는 여론이 갈수록 악화일로에 치닫자 최근에야 심각성을 느끼고 대책마련에 부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현실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길 간절히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경유대란'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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