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살리고 신뢰받는 정치로 거듭나야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치러진 첫 정치시험대인 6.4 재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민심은 정권 초기 국정실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나라당에 참패라는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당장 국정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6.4 재보선은 수도권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했던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아성'이었던 영남권의 참패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영남권의 참패는 고정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결과로 해석돼 주목된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결과는 쇠고기 정국으로 촉발된 성난 민심의 반영이어서 '민심이 천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계기가 됐다. 악화된 민심의 추이를 계량적으로 확인한 선거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에서는 지도부 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 안에서는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각종 실정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제2의 6.29선언'에 버금가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 성난 민심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쇠고기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재협상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민주당은 희색이 만연하다. 52개 선거구 중 23곳에서 승리하며 촛불시위 정국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촛불민심'의 승리로 자평하고 있다. 특히 승부처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는 19개 선거구 중 16곳을 휩쓸며 압승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모든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참패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연전연패의 사슬을 끊는 선거로 기록되게 됐다.

손학규 대표는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는 따끔하게 질책 받는다는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일깨웠다”며 “야당이 제대로만 하면 국민이 도와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앞으로 더욱 잘해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몸을 낮췄다. 동시에 현 정권을 향해 쇠고기문제 재협상, 내각총사퇴, 경찰청장 파면요구 등을 주장하며 대정부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제 선거는 끝났지만 여야 모두에게 공통의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곧 “민심은 천심이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의 확인이다. 더불어 과제도 함께 남겼다. 정부 여당은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서 늘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생산정치를 실천할 것을 주문받게 됐다. 이를 위해 당장 시급현안인 쇠고기 문제부터 풀어야한다. 일단 한국에 들어올 미국산 30개월 이상 쇠고기나 위험물질 수입시기를 최장 1년간 늦춰 촛불시위가 시들해지기를 바라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지금은 여론이 험악하니 좀 늦추자는 발상은 곤란하다. 자칫 대운하 문제로 '제2의 촛불정국'이 도래할 수 도 있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이번선거의 승리에 도취돼 자만해서는 안된다. 또 '촛불정국'을 볼모로 장외투쟁으로만 일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조속한 국회등원을 통해 여당의 정책파트너로서 정책경쟁을 벌이고 민생살리기에 주력해야할 것이다. 토론과 설득을 통해 쇠고기 문제의 해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의에 여야 모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쇠고기 문제로 경색된 정국의 물꼬가 트이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이완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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