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 허석호(33)가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디오픈(The Open)'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 첫날 선두권에 오르며 돌풍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허석호는 20일(한국시간) 오후 영국 리버풀 인근 로열리버풀골프링크스(파72.7천258야드)에서 막을 올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허석호가 18홀 그린을 벗어났을 때 대회장에 설치된 순위표에는 허석호의 영어이름 'SK HO'가 당당히 공동1위에 올라 있었고 21일 0시 현재 그렉 오웬, 앤서니 월(이상 잉글랜드) 등 2명의 공동선두에 1타 뒤진 공동3위를 달리고 있다.

이로써 허석호는 지난 2003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을 때 첫날 공동4위에 이어 2라운드 공동2위, 그리고 3라운드 공동8위에 오르며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브리티시 호(HO) 돌풍'을 다시 한번 재연할 채비를 갖췄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티오프한 허석호는 안정된 샷으로 침착하게 코스를 공략했다.

승부의 관건으로 예상된 티샷 정확도가 71.4%에 이르렀고 그린 적중률 역시 77.8%로 높았다.

그린 플레이 역시 퍼팅 개수 28개로 수준급.

2번홀(파4)에서 5.4m 버디 찬스를 살려내며 첫 버디를 챙긴 허석호는 5번홀(파5)에서 세번째샷을 2.4m에 붙여 간단하게 1타를 줄였고 8번홀(파4)에서 무려 13m 짜리 버디 퍼트가 들어가는 행운까지 겹쳤다.

10번홀(파5)에서 맞은 이글 찬스를 아쉽게 놓쳤지만 1타를 더 줄인 허석호는 초반부터 리더보드 상단을 꿰찼다.

14번홀(파4)에서 3퍼트로 이날 유일한 보기가 나오면서 주춤하는 듯 했던 허석호는 16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핀 3m 옆에 떨구며 5번째 버디를 잡아내 선두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파3홀을 철저하게 파로 막아내고 파5홀에서 주로 버디를 노린다는 전략이 적중한 것.

허석호는 2003년 대회 때 사흘 동안 선두권을 지키다 최종일 체력 고갈로 중위권으로 추락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석호는 "퍼팅이 아주 좋았고 최근 향상된 티샷도 마음에 들었다"면서 "2003년 경험을 통해 링크스코스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 지 배웠고 올해는 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대회 때 호흡을 맞췄던 영국인 캐디 리처드 핼럼을 다시 캐디로 불러들인 허석호는 또 "우승은 신(神)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첫날 선전에 뿌듯해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통산 6승을 올린 허석호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JGTO 상금랭킹 상위 선수에게 주는 출전권을 받아 브리티시오픈 무대를 밟아왔다.

올해 7번째 이 대회에 나서는 '탱크'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새로 시도한 '집게발 그립'이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해 이븐파 72타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티샷 정확도는 78.6%로 높았고 아이언샷도 13차례 버디 기회를 맞을만큼 그런대로 통했지만 버디 퍼트가 좀체 홀에 떨어지지 않았다.

1번홀(파4)부터 보기로 시작한 최경주는 3번홀(파4)에서 또 1타를 잃어 초반부터 경기를 어렵게 끌어갔다.

비교적 손쉬운 5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 한숨을 돌리는 듯 했던 최경주는 6번홀(파4)에서 보기나 나와 전반 9홀을 2오버파로 마치고 말았다.

그러나 최경주는 10번홀(파5), 13번홀(파3), 17번홀(파4)에서 차례로 버디를 잡아내는 뒷심을 발휘, 전반의 부진을 만회했다.

하지만 18번홀(파5)을 보기로 마무리한 것이 최경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오웬은 단 1개홀에서만 그린을 놓치는 불꽃 아이언을 앞세워 5언더파 67타를 때렸고 월은 이글을 2개나 잡아내며 공동선두에 올라 이변을 예고했다.

허석호와 함께 공동3위 그룹에 합류한 선수들은 어니 엘스(남아공), 짐 퓨릭(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마이크 위어(캐나다), 톰 레먼(미국) 등 메이저 우승 경험자와 우승 후보들이 주종을 이뤘다.

필 미켈슨(미국)도 2언더파 70타를 쳐 1라운드를 우승 후보답게 마쳤지만 2개홀을 치른 타이거 우즈(미국)는 1번홀을 보기로 시작하는 등 출발부터 삐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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