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두산, 여름소주 시장 경쟁 치열

-진로 '참이슬 후레쉬 서머' 출시, 두산 '처음처럼 쿨'로 맞불-
-소주시장 주도권 탈환위한 과열 경쟁 “새로울 것 없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소주 업계의 양대 산맥인 진로와 두산이 여름 소주 시장 공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름이면 더위로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저녁에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 걸치며 하루의 피로를 씻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여름은 더위라는 계절적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사람들은 소주보다는 시원한 맥주를 찾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진로와 두산이 전통적으로 소주의 비수기인 여름을 겨냥한 계절용 소주 '참이슬 후레쉬 서머'와 '처음처럼 쿨'을 각각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진로는 핀란드산 100% 순수결정과당이 들어있는 '참이슬 후레쉬'에 해양심층수를 추가했고, 두산은 알칼리 환원수로 만든 '처음처럼'에 천연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을 함유한 것이 이번 신제품의 특징이다.

양사는 이번 신제품을 내놓고 최근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웰빙'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술 소비량으로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만 19세 이상 성인 1인당 소주 소비량이 72병이나 되며(2007년, 국세청 자료), 2~3차까지 이어지는 특유의 '음주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홍보하는데 '웰빙'을 내세운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한 광경이다.

여기에 20~30대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효리, 김민정 등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한 '스타마케팅'으로 소주 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웰빙'과 '스타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워 소주 소비 비수기인 여름에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진로와 두산의 소주시장 전쟁 속을 들여다봤다.

◆소주가 '웰빙'이라고?=

계절용 소주에 먼저 불을 댕긴 곳은 진로.

진로는 지난 5월 국내 소주업계 최초로 계절용 소주인 '참이슬 후레쉬 서머'를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에 동해 수심 1032m 심해의 해양심층수를 추가해 기존 '참이슬 후레쉬'와 차별화를 둔 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의 첨가물로 사용되고 있는 핀란드산 100% 순수결정과당에해양심층수가 함유돼 웰빙소재를 더욱 강화했다고 홍보했다.

여기에 해양심층수가 인체에 유용한 영양염류와 미네랄 등의 무기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청정한 해수자원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렇게 진로가 먼저 계절용 소주를 내놓자 이에 질세라 두산도 지난 10일 '처음처럼 Cool'을 출시하며 여름 소주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산은 “뜨거운 여름철 소주를 즐기는 마니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계절 상품”이라며 기존 알칼리 환원수로 만든 '처음처럼'에 레몬 등 과실에 들어 있는 천연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을 함유한 제품을 내놨다.

여기에 에리스리톨이 상쾌한 맛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당알코올이나 영양소와 달리 칼로리가 전혀 없는 웰빙형 차세대 감미료라며, 특히 입안의 열을 빼앗는 낮은 용해열을 가지고 있어 더욱 시원하고 상쾌(청량)한 맛을 낸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제품에 '해양심층수'니 '에리스리톨'이니 하는 새로움을 추가해 '웰빙'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술' 많이 마시면 '독'=

진로나 두산에서 '웰빙'을 들고 나온 이유는 최근 술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5월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술 소비량은 329만㎘로 전년도 317만㎘에 비해 3.8%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만 놓고 보면 술 소비량이 그리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주 소비량은 알코올 도수가 23도였던 1998년에 86만2000㎘에서 21도, 19.8도, 19.5도로 도수가 계속 낮아지면서 작년에는 96만3000㎘까지 늘었다.

이처럼 소주는 알코올 도수를 꾸준히 내리며 소비량을 늘려왔지만 더 이상 도수를 내리기도 여의치 않다. 소주가 소주로서 인식되려면 어느 정도의 알코올 도수는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계가 있는 도수 경쟁에서 발을 빼고 다른 차별화를 꾀하다 최근 와인이나 맥주 등 저도주의 판매량이 늘어 술 소비 트렌드가 '웰빙' 추구형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되자 소주에 '웰빙'을 접목시킨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볍게 입가심으로 마시는 맥주나 분위기를 음미하며 즐기는 와인조차도 많이 마시면 알코올 중독에 이를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소주를 '웰빙'으로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 아이에게 불량식품을 권하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희귀질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소주 8~9잔을 마실 경우 비음주자에 비해 고혈압과 당뇨의 위험도가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음주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정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HDL-C)의 농도가 증가해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소주 섭취량은 남성은 2잔, 여성은 1잔이고 음주의 빈도도 1주일에 1~3회 이하여야 하는데 상대방에게 음주를 권하고 2~3차까지 가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음주문화 속에서 적당한 음주를 즐기기란 쉽지 않다.

진로와 두산이 다른 계절에 비해 소주 소비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여름을 겨냥해 '웰빙'을 강조한 차별화된 상품을 내놨지만, 이는 결국 소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려는 진로와, 조금이라도 많은 파이를 차지하려는 두산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된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다.

'해양심층수'로 만들었다고 해도, '에리스리톨'을 넣었다고 해도, 소주는 결국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운 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서민들이 고달픈 삶을 달래기 위해 입안에 '탁'하고 털어 넣는 '쓴' 술이라는 얘기다.

투데이코리아 서경환 기자 sk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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