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협상에서는 밑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우리가 수입을 많이 해주는 나라 같으면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쇠고기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14일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에 대해 “만약 상대국이 우리나라가 그 나라의 물건을 많이 수입해주는 나라라면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액수가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액수보다 훨씬 더 많다”며 현실적으로 쇠고기 재협상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만약 우리나라가 미국과 교역하는 물품이 쇠고기뿐이라면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호주산우제류동물및그생산물수입위생조건>과 <뉴질랜드산우제류동물및그생산물수입위생조건>이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비해 훨씬 엄격한 것도 우리가 호주나 뉴질랜드의 물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나 뉴질랜드와의 협상에서는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에서 호주나 뉴질랜드에 그렇게 엄격한 수입위생조건을 요구해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사실 지난 2006-2007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수입물량 전부를 반송·폐기할 당시 미국은 그것을 기술적인 무역보복으로 받아들였다”며 “만약 우리나라가 이런 식으로 검역조건을 강화하면 미국은 충분히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핸드폰 등에 대해 전수검사를 해 그 중 하나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와 핸드폰 등을 전부 반송·폐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자동차와 핸드폰 등 쇠고기외 다른 물건을 수출할 수 없게 돼고 그렇게 돼서 경제에 타격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라며 “사실 국제사회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과 협상을 할 때는 얼마나 미국의 요구를 덜 받아들이느냐에 협상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등 밑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원내부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쇠고기 재협상 및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한다고 해서 미국은 우리나라에 통상보복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나도 이정희 원내부대표 말처럼 법대로만 한다면 우리나라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법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유럽연합이 성장호르몬 주입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데 대해 미국은 보복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WTO에 제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유럽연합은 미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 수입해 주는 액수만큼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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