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호주산 쇠고기로 둔갑

지난 달 14일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2조3천억에 인수하면서 할인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홈플러스는 서울지역 11개 점포를 포함한 홈에버 매장 35개와 부채 및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결과 1강 2중의 구도였던 할인업계는 이마트 111개, 홈플러스 102개로 양강 체제를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수도권지역에 11개의 서울지역 점포를 인수함으로써 수도권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인수였다.

“단순한 원산지 표기 오류?”

그러나 지난 17일 홈에버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 판매한 것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홈에버는 인천 구월점 임대 수수료업체인 '새아침'이 자체 보유하고 있던 재고 60kg중 1박스(10kg)정도의 미국산 정육을 당사에 통보 없이 야간에 양념육으로 만들어 '호주산'으로 표기된 바코드를 붙여 지난 14일 저녁 8시부터 15일 오전까지 판매했다고 밝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새아침'이 판매 보관 중이던 양념육을 압수하고 '새아침' 대표와 홈에버 관리자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홈에버는 일단 11개 매장의 새아침이 판매하고 남은 양념육을 비롯해 시판을 앞둔 물량을 전부 철수시키고, 뒤이어 추가 조사를 통해 계약서상 위반 행위에 대해 계약해지 및 관련기관 고발 조치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조치를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홈에버는 “단순한 세부적인 원산지 표기 오류이며, 동 업체 물량의 매대 전시가 단시간이라 판매량은 2~3건 미미하지만 임대 업체들의 수입물품 원산지 표기의 정확성 여부에 대해 현장 점검을 매장별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시끄러운 요즘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어떻게 대형 마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 할 수 있냐”면서 소비자를 우롱한 홈에버에 대해 분노의 뜻을 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지난 17일 3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홈에버 구월동 지점을 방문, 지하 매장과 정문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홈에버가 입점업체를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이밖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신했다.

다음날 18일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는 홈에버 인천 구월 점의 기업윤리를 문제 삼아 앞으로 홈에버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홈에버 측은 이달 17일부터 오는 7월 15일까지 자사 앞에 집회신고를 미리 해둬, 시민단체가 불매운동을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비윤리적 사기행위”

인천녹색소비자연대와 인천소비자연맹, 인천YMCA, 인천YWCA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쇠고기 수입문제로 전 국민이 민감한 시기에 거대 할인매장인 홈에버 에서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파렴치한 행태로 비윤리적 사기행위를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며 “홈에버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홈에버는 전반기 주류 불법판매와 카드깡 등 연이은 불법행위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매장 앞에서 지속적으로 불매운동을 펼칠 것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이번 쇠고기 문제와 불매운동에 대해 홈에버의 관계자는 “입점 업체의 문제라 당혹스럽다. 업체의 실수지만 관리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현재 계약서 위반에 따라 업체와 계약을 끊었고 손해배상 소송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덧붙여 “새아침과 계약한 모든 대형마트에 대해 농관원이 조사에 착수한 걸로 알고 있다”며 “집회를 막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번 논란의 주역으로 지목된 새아침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된 정황인지 회사는 잘 모르며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미국산 쇠고기 사채살 300kg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며 8월말까지 처리가 안 될 경우 폐기처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회사에서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며 “직원이 악의적인 마음으로 판매를 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판매 한 것 같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식품관리과의 관계자는 “식품 원산지 허위 표기가 적발될 경우 1차 위반 시 7일, 2차는 15일, 3차는 한 달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며 “중복 적발 시 영업소 폐쇄와 심할 경우 형사 처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보다 이번 쇠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무너져버린 홈에버의 이미지는 다시 세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민재 기자 st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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