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으로 부활한 진보-보수 대립심각

미국산 쇠고기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정국'이 두달째 이어지고 있다. 취임 100일도 안된 MB정권은 쇠고기파문으로 정책수행능력과 외교적 협상부재의 한계를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정부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국민의 요구에 떠밀려 뒤늦게 재협상 논의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원한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옹식' 제스처로 폄하되며 국민과의 지리한 공방전만 계속되고 있다. 애초부터 거대 자본국 미국과 맺은 협상을 원점으로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심은 민심대로 어수선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촛불정국'을 계기로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진보 대 보수간 대립양상이다. 양극으로 나뉜 두 세력간 격한 대립은 국론분열 조짐마저 감지되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촛불집회를 막으려는 보수단체와 이를 강행하려는 진보단체 및 시민들간 물리적 충돌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공중파 방송사의 촛불시위에 대한 보도방향을 놓고도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대립한다. 일부 단체는 자신들의 논조와 맞지 않는다며 단체로 방송사를 찾아가 진입을 시도하는 등 방송사를 위협한다.

이뿐인가. 방송 토론프로그램 출연자들끼리도 '촛불정국'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갑론을박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매도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치않아 인터넷 상위검색어에 오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MBC '100분 토론'에 나왔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한나라당 주성용 의원 간 설전이다.

우리사회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둘의 설전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우리사회 진보-보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보수논객 조갑제씨, 소설가 이문열 씨의 촛불정국에 대한 발언은 꾸준히 화제를 몰고 다닌다.

여론을 주도하는 대표적 매체인 신문의 좌우익 대립은 더욱 심각하다. 잘 알려진데로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조중동 메이저신문사들의 논조는 현 정권에 대한 옹호와 충성도 면에서 노골적으로 친향적이다. 여기에 각을 세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성향 신문들은 똑같은 사안이라도 조중동에 비해 더 날카롭고 강한 비판의 입장에 서 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관점의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신문으로부터 독자들은 혼란을 겪는다. 이념논쟁에서 사실을 얘기해야할 신문은 객관성이라는 궤도를 이탈한 채 신문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목적은 국민의 입장에서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맺은 협상의 부당함을 알리고 재협상 촉구에 그 목적이 있다. 즉 정부와 국민과의 단절된 소통을 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상충된 시각이다. 언제부턴가 사회 곳곳에 자신과 같은 생각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감이 팽창해 있다.

어디에도 양보와 타협, 포용의 미덕은 없다. 우리사회는 다원화 사회다. 성숙한 민주사회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는 필요악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각각 목소리 내기는 오히려 국론분열을 초래할 뿐이다. 국익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갖고 불협화음이 아닌 생산적인 목소리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제 진정으로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나올 때다.

투데이코리아 이완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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